“최저임금 시급 1만원, 나로부터 시작하는 개혁” / 장영옥 약사

장영옥 약사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마다 울컥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안도감이 더 크다. 탄핵이 가결되지 않았으면 우리는 더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을 견뎌야했을까? 이 공동체가 얼마나 더 많은 억지와 비상식과 야만으로 황폐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을까?

 

촛불과 함께 한 겨울, 정말 내 생애 이렇게 아름답고 감격적인 날들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좋았다. 처음엔 “어린 시절 거리에서 불렀던 그 노래를 머리가 다 희어진 지금, 무려 30년도 더 된 세월을 보내고 난 뒤에 다시 이렇게 외치고 부르게 될 줄이야...” 하는 회한과 어처구니 없음에 가슴이 아리고 아팠다. 그러나 그 혹한과 눈보라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며 우리 이웃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믿음, 그것이 바로 우리라는 자긍심, 평범한 우리의 이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울고 웃었다. 그야말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비록 앞이 보이진 않았어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그 아름다운 날들의 뒤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신정부에 대한 (엄밀히 말하자면 문재인에 대한)우려와 미덥지 않음은 그 야만의 시절에 내 눈에 덧씌워진 샐러판지 같은 가림막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할 만큼 대통령의 행보는 하루하루가 감동이고 희열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감동만 하고 관전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나도 혁명의 주체로서, 나도 지금 내 자리에서 할 무엇인가를 하며 신정부를 지키고 응원하며 뒷심이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나부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망설임이 없지 않았다. 가장 큰 것은 당연히 “그래도 버틸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것이었고, “만약 3년 뒤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행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정부의 지원이 있게 된다면 나는 배제되는 건 아닐까?” 까지 ....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내 수익을 보장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미얀마에서 뿌연 물을 마시고 온몸이 농가진으로 진물이 줄줄 나는 별 같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을 보면서 “내 너희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마”라고 마음먹었듯 나와 내 직원들의 정당한 임금을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 수 있으나, 그 별일 아닌 일에 이렇게 장황하게 말이 많은 것은 그 만큼 내겐 별일,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많은 고심과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또 그만큼 내가 소심하고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도움으로 인해 나는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듣는 음악과 울적할 때 위안이 되는 시와 소설, 내가 감히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 주는 예술과 유머와 밤새워 닦은 도로와 아침이면 배달되는 신문. 그리고 우리의 삶을 유린하는 온갖 야만으로부터 공동체의 내일을 지켜가고자 헌신하는 숱한 사람들.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도움으로 내 하루하루가 이루어짐에도 거의 공짜로 이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간다.

 

나의 하루하루가 이런 공짜로 주어지는 모든 것에 대한 눈곱만큼이라도 보상이 될 수 있도록, 비록 노안에 노이에 뻣뻣한 관절 등 둔한 몸동작으로 날이 갈수록 더 보잘 것 없어지지만, 그래도 지금 가진 이대로 또 힘내고 열심을 다하자 마음먹는다. 아자, 아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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