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파괴하는 건 재벌, 자영업자와 노동자는 동반자 관계’ / 전국유통상인연합회장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장 인태연

 

- 벼랑 끝의 자영업자

대한민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벼랑 위에선 위기 속에서 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간다. 700만 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중 300만 명의 소상공인들은 월수입 100만원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여기에 월세, 전기세 등 각종 비용을 처리하고 나면 자신들의 손아귀에 남는 것은 “빚”이다. 가계부채 1,300조원을 넘어선 부채공화국 대한민국에서 650조원을 차지하는 게 자영업자들의 빚이다. 수백만 명의 자영업자들은 이미 경제적 측면에서는 죽은 목숨이다. 그럼에도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사업장을 끌어안고 사력을 다해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다.

 

- 자영업자들의 저승사자 유통재벌

자영업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만든 본질적 원인은 대형유통재벌들의 시장독식 횡포다. 일부 탁상공론 분석은 OECD국가들의 유통업진출 인구비율을 들어 중소상인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어리석은 분석이다. 한 국가의 산업구조는 자신들의 특수한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IMF의 환난이 대한민국에 몰아치던 경제위기의 국면에서도 중소자영업시장은 살아남았다. 오히려 방출된 노동자들의 회생을 돕는 인생재생, 기회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형유통재벌들의 무분별한 시장독점욕구로 인해 중소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늘어간다. 그리고 재벌들과 하청, 납품, 입점, 가맹점들의 관계를 맺은 수많은 “을”들에 대한 수탈도 늘어난다. 특히 최근에 생겨난 ‘복합쇼핑몰’은 유통괴물이 되어 주변 시장을 녹여버리는 유통업계의 핵폭탄이다. 그 핵폭풍에 중소자영업자들의 삶도 함께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

 

- 2,000만 명의 생존터전이 무너진다. 대한민국 산업붕괴의 재앙이 시작될 것이다

700만 자영업시장의 붕괴는 가족, 직원을 합하면, 2,000만 명의 삶터가 붕괴되는 것이다. 곧바로 같은 규모의 소비시장의 괴멸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파멸을 막을 방도가 있을까? 경제적 도산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엄청난 규모와 급격한 속도로 경제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며칠 전 유통재벌 신세계 정용진부회장이 매년 1만 명의 직원을 직접고용형태로 뽑겠다고 호언했으나, 그 과정이 “복합쇼핑몰”과 골목시장까지 파고드는 “노브랜드”등 전통시장, 골목시장 파괴형 업종을 무차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니, 밴대론 해마다 20~30만 명의 자영업출신 실업자를 양산하는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 불안한 그림자 최저임금 1만원

이런 상태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불안한 그림자로 다가갈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전경련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을 ‘영세 소상공인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들먹인다. 그러나 ‘고양이 쥐 생각하는’ 적반하장 행태다. 국가를 농단하고, 소상공인을 위기로 몰아넣은 당사자들이 자영업자를 핑계로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려는 것은 비열하고, 후안무치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중소상공인들의 위기의 주범은 ‘소상공인’ 걱정한다는 ‘재벌’, 당신들이다. 이를 바로잡아 시장독점과 ‘을’들에 대한 수탈을 우선 멈추기만 해도, 우리 중소자영업자들에게는 생존의 희망과 노동자를 고용할 힘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시기동안 고용환경 강화를 위한 자영업 지원책으로 국가가 나서서 도와준다면, 우리 중소자영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요구를 지지한다

나는 소상인으로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원을 지지한다.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도시서민인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의 주머니가 채워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소비자를 가난하게 만들자는 요구가 되므로 상인의 입장에서 모순이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상호 선순환 되는 길만이 경제 생태학적으로 현실적이며, 정의롭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처럼 위기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현재 처지로서는 이를 수용할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 국가적, 사회적 합의와 방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돼야 한다.

 

-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1만원 임금인상 지지를 위한 방책

노동자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함께 임금인상을 지지하기 위해선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방책이 중요하다. 직접적으로는 우선 자영업자에게 ‘고용지원금’을 보조하여 자영업시장에 고용이 유지되거나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급격한 임금인상에 따른 인상분을 자영업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원하는 방안이다. 기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노동자들의 요청’을 기준으로 삼는 등 방안은 다양하게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임금인상에 대한 중소자영업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임금인상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조건으로 중시되어야 한다. 이 경우 1인 자영업노동으로 허덕이는 고된 사장님들도 오히려 고용을 고려할 수 있고, ‘재벌의존적 고용창출’이라는 덫에서 국가가 벗어날 수도 있다. 중소자영업시장을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대안이 더 실효성 있는 실업극복책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소자영업정책을 강화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현실화해서 복잡한 구간을 없애고, 중소자영업자들의 경우 최고 1%수수료 상한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유럽은 0.5%, 호주는 0.8%수수료 상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도 환산보증금제도를 폐기해야 한다. 근거도 불분명하고 임대상인도 이해하지 못할 제도를 유지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 모두가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대통령은 복합쇼핑몰’규제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더불어 민주당 단체장이나,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재벌들의 논리와 자본에 포섭되어 새정부의 방향을 무시하고 있다. 이를 벗어날 법안통과의 기나긴 여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유통재벌들과 그로인해 삶터가 위기에 몰린 중소상인자영업자들 및 노동자들과 대타협 테이블을 국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재벌들의 무한탐욕 질주를 지금 막지 않으면 그들의 수레바퀴는 우리의 터전을 붕괴시키면서 전진할 것이고 거대한 경제적 난민들을 양산할 것이다. 국가는 재난을 싣고 대해를 건너지 못한 채, 허망하게 구조선을 기다리는 경제적 난파선이 될 수 있다.

 

-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하나의 운명체

노동자 없이 소상공인이 살아갈 수 없으며, 소상공인은 노동자들의 부모형제이거나, 미래의 모습이다.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자식들의 운명과 결부되며, 소상공인들의 생존은 노동자들의 퇴사 후의 새로운 인생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은 임금인상의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이후 경제생태계의 동료로서, 동지로서 노동현장을 지켜주고, 자영업시장의 보호와 육성에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새롭게 관계를 세워야 한다. 재벌권력 앞에 모두 숨죽여 사는 타락한 세상을 함께 바꿔 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1만원을 지지하는 우리의 입장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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