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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청년1] 최저임금은 생명연장 수당이 아니다.최저임금 만원은 ‘생존권' / 장희도

'만원행동'은 지난 6월10일까지 '만원스토리 공모전, 보이는 만원’을 실시했다. 그동안 20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사연을 적었다. 만원행동은 이중 당선작 긴글부분 5명, 짧은 글 부분 14명을 선정하여 지난 6월17일 '만원런' 행사때 시상했다. 이에 본지는 당선작 4편과 미당선작 2편을 만원행동에서 제공받아 게시한다.

아직 최저임금이 뭔지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하던 중학교 3학년. 대학교에 가서 갚지도 못할 등록금 빚을 지느니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마이스터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공부를 가르친다던 학교는 학생들을 팔아 예산을 챙기는 장터 바닥이었지 숭고한 배움의 장이라 하기에는 애당초 글러먹었다.

약속했던 새 기숙사? 없었다. 제대로 된 가르침? 없었다. 예산? 어디다 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졸업하면 취업해서 즐겁게 살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런 '더러운' 학교에서 나가 성공하면 되는 거로 생각했다. 3년 동안 아등바등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고 밤새워 공부하고 대회 나가며 준비했다.

고생 끝에 우리는 그럭저럭하게 포장된 취업처로 '팔려'가게 되었다. 밤이면 기숙사에 술 먹고 들어와 난동피우는 선배들, 40도 고온에 목이 타고 살이 익는 와중에도 물 가지러 갈 시간이 없어 수돗물을 마시는 열악한 노동환경. 땀에 절어 퇴근하고, 샤워할 힘도 없이 쓰러져 자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러한 고된 육체노동 끝에 돌아오는 건 "실습 끝나면 성과 봐서 자를 거야" 라는 협박이었다. 그리고 손에 쥐어지는 겨우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고작이었다.

3개월이 지나자 작업 중 떨어져 다리를 다친 친구도 생겼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일하다 어지럼증에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런 내 앞에 나타난 스승이라는 사람은 "너희가 관두면 취업률이 떨어져서 후배들에게 피해가 간다", "관두고 돌아오면 조끼를 입혀서 징계, 봉사를 시키고 다시 취업시켜주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곳에 적어도 우리는 사람으로서 팔려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우리는 기계로 팔려갔다. 일하고 주어지는 돈은 봉급이 아니라 단지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기름칠 하는 것이었고 건강 상태에 따라 감가상각이 계산된 것이었다. 그러다 견뎌내지 못해 필요 없어지면 폐기해 버리는 존재였다.

고민하게 됐다. 중학교 때 나는 왜 최저임금이 뭔지 몰랐을까? 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내가 취업했을 때 최저시급이 5580원이 아니라 1만 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단지 죽지 않게 해서 더 써먹고 부려먹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이 아니라, 내 행복과 삶과 미래를 위한 임금이었다면 어땠을까?

난 쓰러질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안전장비 없이 고공에서 작업했을까? 구의역의 김군은... 콜센터에서 죽어간 여고생은 살 수 있었을까? 아니면 내 삶을 찾을 수 있다고 외치며 떠나보기라도 했을까?

사실 수십 번 그만두고 떠나는 상상을 했다. 목에 쇠사슬이 매여 있지도 않았지만 내게는 떠날 돈도 용기도 배움도 주어지지 않았다. 싸우기는커녕 스스로 걷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고, 어떻게 하면 더 무거운 엉덩이를 가지고 더 오래 참고 인내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만 배웠다.

걷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세상에 화가 나서 결국 광장으로 나갔고 그제야 우리가 기계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걸 배웠다. 내가 받는 임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화해갔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행복과 삶과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는 것을 배웠다.

학교와 교과서는 결코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우리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며 사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최저임금은 생명을 연장하며 죽음을 기다리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고 삶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생존권인 최저임금은 1만 원이 돼야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살기 위한 최저임금은 '나중에'가 아니라 '오늘' 내 지갑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최저임금 만원은 나에게 '생존권'이다.

노동과세계  webmaster@worknworld.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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