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남기 농민 '외인사'로 바뀐 사망진단서 발급 받아

백도라지씨가 사인이 변경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있다. ⓒ 현장풀

故백남기 농민이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지 585일째, 사망 269일 만에 사인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로잡혔다. 오늘 유가족들은 정정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앞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과 유가족의 면담도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불쑥 찾아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20일 오전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인 정정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병사'라고 한 서울대병원은 사인조작을 인정하고 전말을 밝히며, 관련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강제부검을 시도했던 경찰, 1년 8개월 동안이나 책임자 처벌을 미뤄 온 검찰에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서울대병원과 경찰청장의 사과는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뿐인 사과”라며 무엇을 잘못했고 그 결과 고인과 유족에게 어떠한 상처와 피해를 입혔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형식적 사과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가족인 백도라지 씨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서울대병원 쪽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에 강력히 항의했다. "지난 3월 말에 담당 검사와 면담을 했을 땐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 6월 중순이 지나도 살인범들이 기소가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인도 변경된 마당에 더 이상 미룰 필요 없다"며 살인범 기소를 촉구했다.

경찰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백도라지씨는 경찰청장이 원격사과를 했다며, “세상 천지에 사과를 받을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과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저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식의 사과는 ”이 청장의 개인 영달과 안위를 위해서 하는 사과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는 것이 유가족의 판단이었다. 또한 백씨는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빠져있다“ 살인진압 인정과 사과, 경찰 병력으로 의료진, 환자, 환자 가족들에게 민폐 끼친 것과 강제부검을 시도, 장례방해와 유가족 괴롭힘 등 과도하게 공권력 행사 모두를 사과하라고 말했다.

더불어 유사족인 백 씨는 이번 살인진압이 집회와 시위를 억압한 국가폭력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여타 모든 시민들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보호를 위한 계획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남기투쟁본부, 백남기농민 법률대리인단,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투쟁본부 공동대표)은 기자회견문 발표에 앞서 "사인 정정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국가폭력 살인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된 사망진단서. ⓒ 백남기투쟁본부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변경된 사인이 기록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서울대병원 및 경찰의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는 백도라지 씨. ⓒ 변백선 기자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창석 백선하 파면하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의료적폐 청산하고 서울대병원 바로잡자'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투쟁본부 공동대표)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 백남기 농민 부인 박경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정정된 사망진단서를 가슴에 꼭 품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백도라지 씨. ⓒ 변백선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