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 노정교섭 어디까지 왔나

지난 5월 12일, 노정교섭을 공식 제안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 / 사진 변백선

 

- 양극화 불평등, 일자리위원회만으로 못 풀어 ... 노정교섭 필요

민주노총은 6월 8일 정부 일자리위원회 참가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환영했고, 노정관계 개선과 노동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지 언론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산별교섭 등 다층적 노정교섭 정례화를 위한 정부의 명료한 입장과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으면 참여를 재론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일자리창출 외 임금이나 노동시간, 노동3권 및 사회공공성 등 산적한 노동과제와 노사관계 적폐는 일자리위원회만으로 풀 수 없으며 결국 포괄적인 노정교섭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 정책도 그렇고, ‘규제완화, 노동유연화’ 즉 양극화와 불평등을 양산한 과거 기업중심 정책의 전면 전환 역시 노정교섭으로 접근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정, 사-정 간 제한 없는 대화와 소통, 산업별 대화틀 마련”을 공약으로 내놓은바 있다. 민주노총 역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해결 △노조 할 권리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실업 문제를 중심으로 5월 12일 노정교섭을 공식 제안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노정교섭은 최상층의 중앙교섭을 넘어 각 부처와 산업별-업종별 교섭과 의제까지 포함한다. 일자리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는 민주노총의 협상의지를 보여준다. 신뢰구축을 위해 민주노총은 국회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권한만으로 가능한 우선 개혁과제(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 공공부분 정규직화, 연장노동 범위 등)도 정부에 제시했다.

 

- 민주노총 “회의개최 과정 문제있다” ... 정부도 시인

현재 민주노총은 신정부와 실무진 채널을 통해 노정교섭을 타진하고 있다. 정부는 노정교섭에 대한 정부의 명료한 입장과 의지 표명이 중요하다는 민주노총의 뜻에 공감을 표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21일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이 참석한 첫 자리가 마련됐다. 예정에 없이 갑작스럽게 개최된 첫 회의는 준비가 미비한 만큼 사실상 상견례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안건 심의와 의결은 노동계의 문제제기와 정부의 문제점 인정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정이 급박하게 잡히는 바람에 (노동계)내부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를 가지기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이렇게 참석하는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어 열린 참가자 토론 후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회의 시행세칙 안건을 다루려고 하자,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요청도 있고 하니, 이 안건은 다음 회의에서 다루도록 하자”며 만류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일자리위원회 참가 당사자들과 협의과정 없이 (대통령 방미 전 개최)일정에 쫓겨 급박하게 첫 회의를 잡은 이유가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에는 불과 삼일 전에 회의 개최가 통보됐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위원회임에도 어떠한 회의공지 공문도 제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노총은 회의 내용이나 순서조차 듣지 못했다. 즉 안건까지 심의-의결한다고 하면서, 안건을 검토하고 입장을 정리할 시간도 배려되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개최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이를 인정했으며 대통령은 직접 발언을 통해 양해를 구하고 안건심의를 만류한 것이다.

상견례 성격의 회의인 만큼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이어 안건심의 없이 간략한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좋은 일자리를 위한 제언과 함께 시급한 노동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헌법 상 권리와 직결되며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내용인 ILO핵심협약(87호, 98호)의 비준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실현과 중소영세기업 및 자영업자 보호 대책 △노조 조직률을 높여 일자리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조와 협의 △동양시멘트 등 불법 부당노동행위 사업장 문제 등이다. 관련해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은 노동계를 향해 “지난 두 정부에 워낙 억눌려왔기 때문에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을 내용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노동계와 인식을 함께하는 한편, “1년 정도 좀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달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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