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학회 11일 ‘언론개혁 우선 과제’ 세미나

“우린 어떤 특정 정권에 편들지 않습니다. 다만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돌려놓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특정 정권에 유리한 언론정책이 아니라,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런 언론정책이 특정 세력에게는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권력을 내려 놓아야하기 때문입니다.”(문종대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언론정보학회 언론정상화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언론개혁 우선 과제를 짚었다. 이에 앞서 5일 언론 학자 125명이 언론장악에 침묵했던 것을 반성하며 언론자유와 방송정상화, 민주적 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토론회는 강상현 연세대 교수가 사회로 진행됐고, 이준용 서울대 교수가 개혁적 민주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을 이남표 중앙대 박사가 미디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언론장악의 수단이 된 인사권 문제를 제기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 김세은 강원대 교수,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최우정 계명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준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 하에서 일어나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파행성을 바로 잡는데 초점 맞춰야 한다”고 말하면서 △해직 언론사 문제 △이념 전쟁을 일으켰던 방송통신심의위 문제 △공영방송 이사회 파행 문제를 꼽았다.

이준용 교수는 언론개혁 방법론으로 △개혁입법을 위한 정치적 거래에 나서지 말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적 설득의 관점을 유지하며 개혁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이남표 박사(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민주적인 정부가 민주적인 언론정책을 하려면 권위주의 정권처럼 추진할 수는 없고, 현 국회 의석 비율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이어 공영방송 정상화의 가치와 필요성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하며, 종편채널 특혜 해소는 시행령 및 고시로 실현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남표 박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3월21일 MBC 백분토론에 참석해 MBC 문제를 말하는 등 언론 정상화 의지를 보여줬지만,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정부여당의 정책 의지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는 시민 사회의 관심과 참여와 함께 현재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및 공익적 역할 수행에 대한 다면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현 정치 구조에서 (언론개혁 또는 언론정상화를) 입법 또는 법 개정으로 한다면 정치적 거래와 타협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고 우려한 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갈등이 불가피하다. 우리에게 지상파 방송이 왜 필요한지. 공영방송이 필요한지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역시 “시민들이 믿을 만한 언론이 없다보니 팟케스트, SNS 등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언론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지금 젊은 세대는 제대로 된 언론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들과 소통하며 언론정상화를 여론화해야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상현 교수는 “여론의 지지 속에서 의미 있게 (언론정상화의) 진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KBS는 감봉 이상 징계는 41건으로 해고 1건, 정직 24건, 감봉 16건으로 나뉜다. 서울MBC는 총 84건으로 해고 9건, 정직 61건, 감봉 6건 명령휴직 등 8건이었고, 지역MBC는 해고 1건, 정직 22건, 감봉 12건으로 집계했다. YTN은 해고 6건, 정직 18건, 감봉 11건 등 총 54건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발제문에서 부당 징계에 대한 법률적 구제 방법과 함께 방통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재허가 심사 항목의 배점에 부당징계에 대한 인사회복 조치의 배점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MBC YTN KBS에서 벌어진 징계 사례를 살펴보면 징벌적 인사 조치이자 비인격적 인사관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세은 강원대 교수는 “언론사에서 대기 발령은 물론 교육 등을 빌미로 징계를 자행했고, 또 외부 인터뷰 및 학술 토론회 불참 등 보이지 않은 통제 및 중복 집계도 많아 언론인들의 트라우마도 상당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언론장악 관련 논문들이 드물다. YTN 해고가 발생했을 당시에 직접적인 세미나는 없었고, 성명서 두 건 정도였다”며 언론노동자들과 연대하지 못한 것에 반성의 뜻을 전했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KBS MBC 공영언론에 대해 시민적 소통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현재처럼 사장 또는 이사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내 언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언론의 소유와 경영 분리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강제를 하더라도 편집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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