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지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낙하산 인사' 더는 참을 수 없다" 투쟁 나서

김해시 공무원들이 경상남도의 불공정한 인사교류에 항의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 공무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경남도의 인사 ‘갑질’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김해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 김해시민들에게 도의 ‘낙하산 인사’를 고발하는 선전전까지 펼치고 있다.

경남도는 10일, 도 4급 공무원을 김해시로 보내고 김해시 5급을 도청으로 보내는 인사발령을 냈다. 얼핏 도와 시간의 ‘평범한’ 인사교류 같아 보이지만 김해시 공무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남도가 “직급 차이가 나는 불공정한 인사교류”를 해 시 소속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를 뺏는, 한 마디로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해시지부는 11일 오전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불공정 인사교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김해시에서 경남도로 5급이 가면 그 비중이 실무담당에 불과하고 경남도에서 4급이 김해로 오면 국의 사업을 결정하고 우리시 주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조창종 김해시지부장은 이런 인사교류 조치를 ‘고문통치’에 빗대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제관계에서 강국이 약한 나라에 고문관을 보내 통치하듯 경남도가 김해시에 대해 ‘감독관’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 지부장은 “지금은 지방분권시대이며 김해시 공무원들은 경남도 선발시험에서 최상위에 있는 분들이다. 김해시가 경남도로부터 고문관을 받아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가 13일 오후, 김해시청 앞에서 경남도와 김해시간 불공정한 인사교류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 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

김해시지부는 “지난 6월부터 7월 초까지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경남도청의 시군 4‧5급 자리 가로채기에 반대해 투쟁했고 경남도 도지사 권한대행으로부터 자연해소 방식으로 인사잠식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며 “이번 경남도와 김해시 간의 불공정 인사교류는 이런 약속을 퇴색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해시 공무원들의 박탈감도 크다. 김해시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번 인사 교류와 관련해 “우리시에 직원들이 높은 점수로 들어와, 늦게 승진하면서 처리한 결실을 뺏기는 것 같아 서글프다…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고생은 김해시공무원이 하고, 승진잔치는 경남도 차지가 되는 건 아닌지…”, “높이 승진할 희망이 없는 신세지만, 도청한테 자리상납은 마음에 안드네” 등 조합원들의 불만을 담은 글들이 올라왔다.

“허성곤 시장님은 김해시 직원을 위한 김해시장입니까? 도청직원을 위한 도의 직원입니까?”, “인사권은 시장님에게 있지만 우리시 직원의 생각이 어떤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시네요.”, “시장님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하면, 승진은 도청출신이 하나보네요” 등 김해시장을 비난하는 댓글들도 눈에 띈다. 지방자치법은 기초자치단체 소속 직원의 인사권을 그 단체장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해시지부는 “김해시장이 김해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 김해시공무원이 아니라 경남도청공무원을 승진시킨다면 김해시공무원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의 사기저하는 시민을 위한 행정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까닭에 공무원노조가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해시지부가 13일 오후 김해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까닭이다. 김해시지부는 ‘불공정한 인사교류 철회’와 ‘부단체장을 비롯한 경남도 출신이 잠식하고 있는 자리에 대한 해소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가 '낙하산 인사' 관행 근절을 위해 시민 선전전에 나섰다. 사진 왼쪽은 14일 오전 출근길 김해경전철역에서, 오른쪽은 지역 시장에서 현수막 배너를 어깨에 진 채 선전전을 하는 모습. 사진 = 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

조 지부장은 “불평등한 인사교류를 바로잡는 이 투쟁에 대해 해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방자치제라는 민주적 제도와 지방자치법, 지방공무원법이, 그리고 새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이 우리편에 있기에 지방자치권은 반드시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며 김해시지부가 지방자치 강화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장기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해시지부는 14일 아침 출근길에 김해 경전철에서 “경남도청과 김해시청은 지방자치 훼손하는 낙하산 인사 근절하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 배너를 들에 매고 시민들에게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선전전을 펼쳤다.

조 지부장은 “현수막 배너를 매고 시내 곳곳을 누비며 불평등한 인사교류가 잠식되고, 경남도와 김해시가 서로를 존중하며 지방자치를 꽃피우는 날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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