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대법 판결 탄원서 제출…신규 채용 제한, 인건비 감축 시도 협박

금속노조가 7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관련 경영계 탄원서 규탄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경훈

현대기아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20여 년 동안 저지른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경영계가 불법파견을 허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금속노조는 “경영계는 그동안 저지른 불법파견 반성문이나 내라”라고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7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관련 경영계 탄원서 규탄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불법파견 판결 ▲정규직 전환 ▲정몽구 회장 구속 등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함께 7월 4일 대법원에 “도급 활용의 문이 닫히면 제조업 성장의 길도 막힙니다”란 제목의 탄원서를 보냈다. 경총은 이 탄원서에서 “수많은 중소·영세기업과 대기업이 공생의 길을 걸으며 기업 생태계를 성장시켜 왔다”면서 “하급심 판결에 따라 비효율성이 발생하면 기업생태계가 파괴되고, 제조업 성장의 문이 닫히게 될 것이다”라고 협박했다.

경총은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지되면 제조업에서 도급계약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현실에서 모든 노동자 직접 고용은 신규 채용을 제한하고 인건비 감축 시도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등의 협박성 주장을 폈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경총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이 사건 관련 업체들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일개 부서에 불과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만한 중소기업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에서 중소기업과 공생 운운하는 주장은 사건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태욱 변호사는 “제조업에서 도급계약을 사실상 금지하는 판결”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사건 관련 업체들은 정상 도급이 아니라 인력만 공급하는 도급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대법원이 제조업에서 위장도급은 불법이라고 수차례 판결했는데 경총은 억지를 부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신규 채용 제한, 인건비 감축’ 주장과 관련해 “원고들은 지금도 여러 불법파견 사업장에서 노동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해서 고용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때문에 필요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유홍선 노조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장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농성하고 있다”라며 “대법원 판결이 미뤄 불법파견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김수억 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은 “원고 가운데 1998년부터 불법파견으로 일한 노동자가 많다. 경총이 20년 가까이 불법파견을 저지른 정몽구를 비호하고, 계속 불법파견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불법파견 판결을 확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린 2004년 이후 법원은 현대기아차그룹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여러 번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2월 2심 판결에서 생산관리·출고·포장 업무 등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7월 22일 기아자동차 사건을 시작으로 심리불속행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민사 1·2부에 사건을 배당하는 등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 심리불속행: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7월 19일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관련 경영계 탄원서 규탄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조합원이 경영계가 제출한 탄원서 상징하는 봉투를 찢고 있다. 사진=김경훈

 

유홍선 노조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장이 7월 19일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관련 경영계 탄원서 규탄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판결을 미뤄 불법파견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라고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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