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없는 세상, 김종중 노동열사 민주노동자장'

ⓒ 변백선 기자

지난 해 7월 26일 단행된 갑을오토텍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하다 스스로 항거한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김종중 열사의 장례가 22일 치러졌다. 열사가 숨진지 96일만에 치러진 가운데 충남 아산 참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제를 시작으로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이어 故김종중 열사가 일했던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노제를 치렀다. 이후 풍산공원묘역으로 이동해 봉안식을 진행했다.

김종중 열사는 지난 4월 18일 자택에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렇게밖에 못해서... 살자고 노력했습니다'라는 유서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측은 '그저 개인의 일일뿐, 회사와는 상관없다'라는 태도로 묵묵부답이었다. 김종중 열사의 죽음이 전해지자 갑을오토텍지회,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금속노조 충남지부 등은 '갑을 자본에 의한 타살'로 규정하고 투쟁을 이어 나갔다.

지리한 공방 끝에 임금과 단체협약에 대한 양보 등 대승적으로 공장 정상화를 위해 갑을오토텍지회가 대화재개의 문을 열었다. 갑을오토텍 사측은 철야농성 344일, 불법직장폐쇄 326일 만인 6월16일 '직장폐쇄 해제 및 업무복귀'를 알리는 공고를 붙여 이같이 통보했다. 또한 지난 주 열사의 장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사측은 공장 공고란에 '먼저 떠난 고인을 애도하며'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민주노동자장으로 치러진 열사의 장례는 오전 08시 30분 아산 참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발인제가 진행됐다. 이후 10시 온양온천역 광장으로 이동해 '노조파괴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영결식이 진행됐다. 노동의례를 시작으로 박종국 갑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의 열사양력보고 이후 김종중 열사를 추모하는 진혼무가 펼쳐졌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조사를 통해 "노조파괴를 꾸몄거나, 그 범죄에 자문을 했던 인사들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며 "진정 노동존중, 친노동 점권이라면,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의 인사 철회 호소가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조차 민주노조의 권리 즉 노조로 단결하고,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에 대해 가장 소극적"이라며 "지금은 믿고 기다릴 때가 아니라 단결하고 준비하며, 투쟁을 대비할 때"라고 밝혔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비록 직장폐쇄는 끝났지만 갑을자본을 비호하던 자들이 청와대의 비서관으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임명되는 비참한 상황을 목격해야만 했다"며 "김종중 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줄기차게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종중 열사의 형인 김종호 씨는 감사함을 전하고 "더 이상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은 "김종중의 분노와 억울함, 그 고귀함을 잊어서는 안되기에 우리는 살아서 투쟁한다"며 "열사가 그렇게 바랐을 노조파괴는 아직 완전히 끝니자 않았지만 열사를 가슴에 품고 꼭 노조파괴 없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에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렇게 밖에 못해서... 살자고 노력했습니다' 유언이 된 고 김 조합원의 마지막 문자가 가슴에 사무친다. ... '살자고 노력했다'는 열사의 말은 살기 위해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신하고 있다. 유언이 되어버린 열사의 마지막 문자를 가슴에 묻고, 열사가 몸으로 보여줬던 정신을 간직하고 반드시 노동해방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내용의 조사를 전해왔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조철기 아산시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비참하게 짓밟히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이 자리에서 하게 된다"는 뜻을 전했다. 전교조 충남지부의 신경섭 교사(예산여고)는 고 김 조합원에게 '정리해고, 알파고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제목의 조시를 낭송했다.

영결식을 마친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장례 참가자들은 갑을오토텍 공장으로 이동해 노제를 지냈다. 이후 김종중 열사가 일했던 자리 앞에서 헌화를 마친 후 천안시 병천면 풍산공원묘역으로 이동해 안장됐다. 이곳은 지난 3월 4일 장례가 치러졌던 노조파괴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한광호 열사가 묻힌 곳이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직장폐쇄가 풀리고 공장으로 복귀했지만 장례를 치루기 하루 전인 그제와 어제도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의 과정에서 생긴 사측과의 고소고발에 대한 조사와 재판이 진행됐다. 또한 고용을 보장받기 위한 고용안정 고용보장 투쟁이 남아있고,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과정에 형법상의 증거인멸죄 혐의에 대한 현 신현수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한 고소와 재판과정도 남아있다. 지회는 최종 승리할 때까지 힘을 다해 싸운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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