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근-이현준 열사 정신계승 공동투쟁 결의대회

마사회의 차별과 착취구조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경근-이현준 열사를 추모하고 투쟁을 다짐하는 결의대회가 8월 12일 오후 3시, 서면 태화에서 열렸다.

▲ 박경근-이현준 열사 정신계승! 다단계 착취구조 분쇄! 마사회 적폐청산과 책임자 처벌! 공동투쟁 결의대회

민주노총 영남권 지역본부(부산, 울산, 경남)와 공공운수노조가 함께 주최한 결의대회는 최승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시작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의 대회사에 이어 양정찬 부산경마공원노조 위원장의 경과보고, 장선화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의 연대사와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의 투쟁사로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모은 투쟁기금 전달식이 있었고 몸짓패 선언과 민중가수 지민수씨의 연대 공연도 진행되었다.

이 날 결의대회에는 박경근 열사의 어머니 주춘옥 여사가 함께 했다. 주춘옥 여사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회원들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박경근-이현준 열사의 동료 마필관리사들이 무대로 올라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는 많은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쳤다.

▲ 유족 대표발언 주춘옥 여사(박경근 열사 어머니)

결의대회 후 참가자들은 범일동에 있는 한국마사회 동구지사를 향해 행진에 나섰다.

마사회 앞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는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과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의 발언을 들으며 투쟁을 다짐했다.

조상수 전국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박경근, 이현준 열사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마사회-조교사-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착취구조"라며 "처음 박경근 열사가 죽은 후 마사회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했다. 이는 또 다른 마필관리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다단계 구조로 인한 죽음이 확인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상수 위원장은 "마필관리사의 생명을 도박의 판돈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한국마사회 부패 경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가장 먼저 마사회의 불법 행각에 대해 즉각적으로 엄단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마사회 경영진에 대한 처벌 없이 이 같은 착취구조 개선은 없을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열사투쟁의 경과보고를 한 양정찬 부산경마공원노조 위원장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때까지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두 아들의 영정 앞에 선 주춘옥 여사는 참가자들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주춘옥 여사는 "아들은 늘 마사회를 일컬어 '썩어 빠졌다'고 말했다. 내 아들이 죽은지 78일이 됐고 현준이가 죽은지 12일이다. 갑질과 횡포로 두 아들을 죽인 마사회는 여전히 모른 체 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 적폐청산 ·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 장선화,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이어서 "뼈 빠지게 고생해서 애지중지 키우고 공부시킨 내 아들이 지금 냉동고에 있다. 마사회가 책임지던지 물러가던지 해라"며 "내 아들은 죽었지만 내 아들의 동료들인 마필관리사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나는 힘이 없지만 민주노총과 함께 싸우겠다."고 외쳤다.

장선화 적폐청산 ·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분부 공동대표는 "마사회의 비정상적인 착취구조가 사람을 죽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마사회는 개인마주-조교사와의 긴밀한 커넥션을 통해 자신들만의 견고한 철옹성을 수 십 년간 쌓아온 적폐 중의 적폐"라며 "마사회 경영진은 즉각 퇴진하고 죽음을 방조한 부산경남본부 경영진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선화 공동대표는 "사태를 수수방관 하며 아무일도 하지 않았던 부산지방노동청장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당장 사퇴하라"고 말한 뒤 "국민들은 잠시 촛불을 내렸지만 결코 멈춘 것이 아니다. 적폐청산 ·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유가족들과 노동조합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박경근 동지의 죽음 이후 정부가 나섰다면 이현준 동지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 마사회는 이 같은 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 청와대, 노동부, 복지부 등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재하 본부장은 "박경근, 이현준 동지는 스스로 몸을 던지며 '남은 동료들은 이런 환경에서 근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몸 가누기도 힘드실 박경근 동지의 어머님도 그런 마음으로 투쟁 현장을 찾으시는 것이다"라며  부조리한 노동 착취구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부산노동청장의 막말로 인해 열사들의 죽음을 보는 노동청의 인식 수준이 엉망임을 알게 되었다. 마사회의 입장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석병수 본부장은 "마사회의 적폐 세력들을 없애는 투쟁이 곧 열사 투쟁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열사 투쟁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외친 뒤 "함께 해 주신 동지들의 연대 잊지 않고 열사의 뜻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가장 먼저 한 정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것이다. 마사회는 공공기관이다. 누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재명 본부장은 "공기업의 진짜 사장은 정부이고 그 정부의 수장은 대통령이다. 마사회 문제 해결 위해 정부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래야 죽음의 경마를 멈추고 살인의 경주를 멈출 것이다"라고 외쳤다.

이 날 결의대회는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부산 시민사회가 참석했고 2015년 1차 민중총궐기로 구속된 후 지난 7월 12일 만기출소한 민주노총 전 조직실장 배태선 동지가 함께 했다.

최승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오늘은 78년생 박경근 동지가 떠난 지 78일이 되는 날이고 81년생 이현준 동지가 떠난지 12일째다. 아직 마사회는 정신을 못차린다"며 "그러기에 공동투쟁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박경근 열사님께

어느 누구보다 동생들을 먼저 생각하고 아껴주던 우리 경근이형
올바른 행동과 생각을 하셨던 우리 경근이형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형. 보고 싶습니다.
형이랑 소주 한 잔 더 먹고 농담도 한 번 더 하고 고민 한 소절 더 들을걸.
가슴 깊이 아직도 후회가 남습니다.

솔직히 형이 곁에 있을때는 지렇게 저한테 소중한 존재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저 책임감 있는 형, 회사 일 열심히 하시는 형, 동생 챙길 줄 아는 형, 그 이상 그 이하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형의 소중함을 깨달아서 너무 죄송하고 보고 싶습니다.

그날 저한테 전화해서 짐 다 챙겨 놓으라고 할 때 언제나 그랬듯 알겠다고 했었죠.
한편으로는 설마 그만둘까 라는 한심한 의심을 했었어요.
또 다른 마음으로는 정말 그만 두시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형은 언제나 제 롤모델 같은 존재니까 잊지 않을 거라고, 누구보다 생각이 깊고 항상 바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알겠습니다 라고 말한 거 였다고 꼭 말하고 싶었어요.

형님의 희생이 동생들을 아끼고 동료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 잊지 않고 투쟁하겠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은 깃털처럼 훨훨 털어 날리고 편히 쉬십시오.
형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팀장님 감사했습니다. 투쟁!

박종빈


보고싶다 현준아

네가 떠난지 12일이 지났구나.
우리는 아직도 너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고개를 들어 주변을 봐도 너는 없구나.
하루 하루가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린 너무 힘들단다.
당장이라도 니 이름을 부르면 어디서라도 나올 것만 같은 우리 현준아.

미안하다 현준아.
지치고 힘들 때 지켜주고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니가 많이 아플 때 알아주지 못 해 정말 미안하다.
마지막 가기 전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하는 우리를 원망해 다오. 미안하다 현준아.

걱정마라 현준아.
우리는 너를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너의 죽음에 슬퍼하는 가족분들 걱정마라. 우리가 옆에서 지켜 주겠다.
네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너에 대한 죽음을 알리고 헛되지 않게 해 줄 것이다.
걱정마라 현준아.

사랑한다 현준아.
너의 웃음, 너의 행동, 너의 말투..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사랑한다.
사랑하는 현준아. 지금은 옆에 없지만 마음속엔 항상 우리와 같이 있는거다.
사랑한다 현준아.

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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