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이 불법으로 도입했던 성과연봉제의 성과급으로 지급된 1,600억여원을 모아 재단법인으로 공익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실패한 정부정책이 노동자 주도의 공익사업으로 극적인 전환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공공운수노조가 함께 하고 있는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이하 공대위)는 11일 여의도에서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설립추진 대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공개했다. 이들은 또 <공공기관 노정교섭·정책협의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도 개최해 노정교섭의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성과급을 반납해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기본 방침은 지난 6월 이미 제시됐다. 공대위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폐기 결정에 즈음해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후 정부와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왔고 공익기금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공익기금 설립방안은 기금의 기본 목적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사업을 통한 사회적 차별 해소의 마중물 역할 ▲좋은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해소 지원 ▲비정규직, 취약·소외 계층의 삶의 질 향상 위한 사회 연대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 연구 및 기반 마련 등을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비정규직 처우개선 △일자리 창출 △고용 및 노사관계 개선 △역량 강화 △사회공공성 등의 분야에서 공익사업들을 추진해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같은 공대위의 방안에 대해, 발제자로 나선 한국노동연구원의 이정희 박사는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당이익을 사회화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반대투쟁의 근거인 공공성을 성과급 반납을 통한 공익재단 설립으로 실천함으로써 ‘노동존중사회’의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며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제고하고 노사정 협치 구조를 마련하는 등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의 방안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제시됐다. 이정희 박사는 “공익재단이 실패한 정부 정책에 따른 인센티브 반납을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출발하는 것인 만큼, 기금 조성 및 운영과정에서 노사정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재단 설립의 목적이 임금격차 해소, 비정규직 차별 해소, 일자리 창출 등에 있는 만큼 정부 고유 정책 행위와 병행해 재단 설립 및 운영을 지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구체적으로는 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공익재단 기금 출연 대상 기관을 전 공공기관으로 확장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침과 경영평가와의 연동이 공공기관의 사회공헌사업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로 작동하는 만큼, 공익재단 기금 출연과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연동해 전체 공공기관들이 공익기금 출연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정교섭 제도화 토론회도 열려, 전국(업종)차원으로 중층화된 교섭 제안
 
한편, 공익재단 설립 토론회에 이어 노정교섭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연달아 개최됐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올해 초부터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와 함께 공공기관 노정교섭 제도화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형식적 당사자와 실질적 당사자의 불일치가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소외 노동자들에 대한 양극화 심화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형식적인 사용자는 공공기관장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근로조건의 결정자가 정부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또 정부의 규제가 바뀌지 않는 한 계약직·파견직 노동자 등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은 노사관계의 틀 안에 포용되기 어렵고, 그에 따라 이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교섭의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노정교섭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중앙 차원의 ‘정책협의’와 전국(업종) 차원의 ‘집단교섭’으로 교섭의 틀을 중층적인 단계로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중앙차원의 정책협의는 예산과 관련된 사항과 예산편성지침과 경영평가편람, 경영혁신지침을 포함한 공공기관 운영제도 전반을 다룬다. 여기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 관련 지침이 결정되면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집단교섭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사항 가운데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되는 사항을 집단교섭에서 다루고, 최종적으로는 기관별 보충교섭에서 세부 이행방안이 결정되는 구조다.
 
앞으로 공대위는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공익기금 설립에 박차를 가한다. 성과급 반납과 출연, 구체적 사업방안 확정, 재단 조직 구성 등 현실적 과제 해결에 집중할 방침이다. 유럽의 경우 실업기금 등 사회적 기금의 설립과 관리까지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맡아 수행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처음인 공대위의 공익기금 설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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