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사, 사장・부문 최고 책임자 임명동의제 합의
윤창현 본부장 “역사적 성과…조합원 직접 낡은 조직문화 깨부숴야”
언론노조 “방통위, 민영방송 소유・경영 분리 제도화 하라”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쟁취해냈다. SBS 노사는 수익이 다른 자회사로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수익구조를 정상화 하는 방안을 시행하는 데도 합의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16일 <SBS 노보>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SBS본부는 지난 13일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방송의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SBS의 대표이사 사장은 SBS 재직인원의 60%, 편성・시사교양 최고책임자는 각 부문인원의 60%, 보도 최고책임자는 5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을 철회하도록 정했다.

SBS A&T의 대표이사 사장에 대해서도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게 됐다. SBS A&T 재적인원의 60% 이상이 반대할 경우 사장 대표이사 임명이 철회된다. 임명동의제는 올해 정기인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노사가 별도로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는 총 3명을 두되 사측과 노조가 각 1명씩, 나머지 1명은 사측이 추천하는 2명 중 1명을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 양측은 이번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사회적으로 보증을 받자는 취지에서 올해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위원회에 합의문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같은 전향적인 합의에 대해 SBS본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2008년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밖으로는 정치적 외압에, 안으로는 대주주의 전횡에 몸살을 앓아왔다”며 “투쟁으로 이끌어 낸 이번 합의는 그 동안 망가졌던 SBS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Reset! SBS!!’의 취지에 따라 제대로 된 SBS로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지상파 방송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정권과 자본의 편이 아니라 시청자 곁에 있는 방송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이제 SBS의 모든 구성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본부장 편지] 진정한 Reset! SBS!!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 “임명동의제 합의는 분명 역사적 성과”라며 “민방은 물론 공영방송에서도 시행된 적이 없는 혁신적 제도의 일환”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제도적 측면에서는 SBS가 이제 1등 방송의 조건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창현 본부장은 “제도만으로 저절로 무너진 신뢰가 돌아오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그 동안 사내에서 벌어진 온갖 부조리와 패착을 대주주와 경영진의 탓으로 돌리며 SBS와 SBS A&T의 미래를 술자리 안줏감으로 삼아 왔던 방식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와 조합원들께서 먼저 면피와 책임회피, 복지부동 속에 입으로 비판만 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허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13일 성명을 내고 “임명동의제에 대한 합의는 민영방송 뿐 아니라 공영방송과 신문사, 그리고 뉴스통신사 모두에서 논쟁이 되어 온 편성권・편집권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편성과 보도의 책임은 사측에 있기 때문에 편성권은 경영진이 가져야 한다’는 일방의 주장은 이번 SBS의 합의로 노사 모두의 권리임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또한 “OBS와 KNN 등 대주주의 경영과 편성 개입이 ‘관행’이 돼버린 민영방송 및 사적 소유의 언론사 모두에 던지는 함의에 주목해야 한다”며 “방통위는 이번 합의 내용을 근거로 민영방송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오래된 과제의 제도적 해법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벌써 40일에 이른 KBS와 MBC 두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에게 묻는다”며 “이윤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방송사에서 노조를 적으로 돌리고 정권에 휘둘려 사찰과 통제를 자행한 이사진과 사장은 아직도 경영의 책임과 권한이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Reset! SBS!!’ 투쟁은 지난 9월9일 SBS본부 긴급 대의원회에서 “SBS를 시청자,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본격화 됐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9월11일 윤세영 SBS 회장이 회장직과 SBS미디어홀딩스 의장직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윤세영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SBS 부회장 역시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등의 직위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BS본부는 회장・부회장의 잇따른 사퇴 발표에도 흔들림 없이 “대주주 일가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발표일 뿐”, “SBS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기 위한 투쟁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투쟁에 더 박차를 가했다. 이후 SBS본부는 경영진과의 꾸준한 소통과 총 4차례의 실무협상을 통해 전향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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