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재단 결단하라”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전국 규모 대회

대전 을지대병원지부와 서울 을지대을지병원지부의 공동 파업이 8일차를 맞이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는 17일 서울 을지대을지병원 앞에서 <대전・서울 을지병원 투쟁 승리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는 대전·서울 양 을지 조합원을 포함 보건의료노조 산하 각 지역본부 전임자 및 현장간부 등 7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대전과 서울 을지병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양 지부의 조합원들이 공동투쟁을 벌인 자리였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노동조합의 교섭요청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쟁의권 행사를 불법행위로 매도하며 조합원을 협박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을지재단을 규탄하며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을지재단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대회는 서울 을지대을지병원지부 조합원들의 공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최권종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을지 조합원들의 공연과 목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게 됐다”고 화답하며 대회사를 시작했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작년 대전 을지의 투쟁은 노동조합이 없는 병원 현장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올해 대전과 서울이 동시 파업을 하고 있다. 올해 투쟁 승리는 병원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다. 을지의 투쟁은 노동자뿐 아니라 병원을 찾는 환자, 지역주민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보건의료노조 5만 조합원들이 을지를 지켜보고, 파업투쟁을 지지하고, 옹호할 것”이라 밝히며 파업투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격려사에 나선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곧 박근혜 국정농단 1주기가 다가온다. 감회가 새롭다. 파업을 당당하게 이어가는 을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촛불의 명령이고 촛불의 정신이다. 현재 MBC와 SBS도 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파업이 언론적폐 청산을 위한 파업이라면 을지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병원 현장에 켜켜히 쌓여있는 노동적폐를 청산하는 투쟁”이라며 구시대적 노동조건과 임금체계를 지속하고 있는 을지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정구준 민주노점삼연합북부지역장과 강여울 노원지역노동조합 노원유니온 사무국장의 지역 단체 연대발언 후 초청공연이 펼쳐지며 열띤 분위기에서 결의대회가 계속 됐다.

대전과 을지 양 병원의 조합원이 무대에 올라 규탄발언을 했다. 서울 을지대을지병원지부 임현주 조합원은 “을지병원은 메르스 사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음압기도 양압기도 무엇하나 구비되어있지 않다. 환자안전에 무책임한 병원이다. 냉난방비를 아끼려고 무리하게 시도를 하다가 환자가 더워서 자의 퇴원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불어 작년에 10명의 간호사가 입사하였으나 올해 7명이 떠나갔다. 을지병원 홈페이지에는 '인간사랑, 생명존중 이념을 실천해왔다'고 적혀있다. 을지병원은 '직원 사랑, 직원존중'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밝혔다.

 자신을 대전 을지대병원 재활센터 비정규직 물리치료사라고 소개한 김수현 조합원은 “환자를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나 괴롭고 마음이 아팠다. 저희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파업을 선택한 데에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 직장이다.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직장을 찾아 옮겨다녀야 한다. 입원할 병원이 없어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를 병원 난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약이 끝나버리면 앞날이 불안전한 의료노동자 비정규직들도 병원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힘들더라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잇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2년이라는 노예 계약에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떠나는 이들을 볼 때 마다 우리가 어떻게 환자에 대한 소명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조합원의 생생한 현장 증언 후 힘차게 공동 파업을 이끌고 있는 양 병원 두 지부장의 결의발언이 이어졌다.

신문수 을지대병원지부장은 “저는 93년에 입사했다. 당시 명칭은 을지의대병원이었고 97년에 을지대병원으로 바뀌었다. 당시 사립대병원의 직원이 된다는 것은 준공무원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한 절박한 마음이 사라졌던 것 같다. 그래서 300명이던 조합원이 1년 새 50명이 되고, 3명이 되었다. 많은 시간 괴로웠다. 떠나가는 선배, 후배, 동료를 보면서 말없이 지냈다. 그리고 2015년 용기를 냈고 이렇게 여기에 서게 되었다.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하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처럼 재단과 병원이 이야기하는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바꾸고,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병원을 만들자”고 말했다.

 차봉은 을지대을지병원 지부장은 “이번 파업은 을지의 왜곡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정상화하는 위대한 발걸음이다. 지난 기간 직원들을 쥐어짜고 눈물 흘리며 떠나게 만들었던 을지를 이제 바꿔야 한다. 사측은 사립대병원 대비 60% 수준에 불과한 을지대병원과 을지대을지병원의 임금 수준을 맞추기 위한 임금격차 해소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합법적인 파업을 불법 운운하며 사법처리하겠다는 협박만을 계속하고 있다. 을지병원의 적폐를 청산하고 파업사태를 해결하는 길이 곧 환자 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사측이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을지병원의 임금격차 해소, 비정규직 철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끝까지 투쟁 ▲대전-서울을지병원의 모든 조합원은 단결하여 승리의 그날까지 흔들림 없이 함께 할 것을 결의 ▲5만 조합원과 함께하는 산별적 투쟁으로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의 을지병원을 만들어 나가는데 함께 할 것을 선포했다.

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거리행진을 했다. 병원을 출발해 하계역과 석계역을 지나며 지역 시민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알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