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서 노동헌법개정 토론회 열려... 민주노총, 노동헌법 6대 요구안 제시

 

"87년 헌법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데에 참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 자신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본질적 요건이다. 제10차 개헌에서는 노동자가 자신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 김선수 변호사)

 

"1987년 6월에서 7~9월로 한걸음 내딛는 헌법이 필요하다. 온전한 노동3권, 일할 권리의 보장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포함한 실질적 평등권 구현이 이번 헌법 개정 논의의 핵심이자 출발점이어야 한다"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

 

 

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무금융노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주최로 열린 '노동헌법 개정 국회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오른쪽)이 민주노총 개헌안을 발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헌법개정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노동헌법은 노동자의 권리와 삶에 영향을 미치는 헌법 조항들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일할 권리를 담고 있는 헌법 제32조, 노동3권에 관한 제33조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평등권, 안전권, 사회권, 경제조항 등도 포함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요구가 헌법 개정안에 담겨 개헌이 비단 권력구조 개편에 그치지 않는 ‘노동헌법개정’이 될 수 있도록 개헌 요구안을 마련했다. 현재 한국노총과 공동 대응을 협의 중이다. 이달 말 또는 3월 초에 양대노총 공동 개헌 대응안을 제시하고 시민들에게 노동헌법을 적극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열린 노동헌법개정 국회토론회에서는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인 김선수 변호사가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 개헌안을 토대로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와 노동헌법 개헌의 방향’을,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이 '민주노총 개헌 요구안'을 발제했다. 좌장으로 사무금융노조 정승일 정책연구소장, 토론자로 국민대 법대 황승흠 교수, 매일노동뉴스 박성국 논설위원, 정의당 김영훈 노동본부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섰다.


87년 6월에서 멈춘 헌법, 노동3권 부분적이고 불완전해
양극화 초래하는 비정규직 대책도 부족

발제자들은 87년 헌법의 노동 관련 내용에 한계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87년 헌법은 노동 존중의 관점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배제, 적대적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30년 전인 헌법 개정 당시 심각하게 부상하지 않았던 비정규직 대책이 미진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은 “우리나라의 헌법은 87년 6월에 멈춰 있다. ‘당신은 국민이다’라고 현행 헌법은 말한다. 직선제, 지방자치제, 평화적 정권교체와 민주적 공화국의 틀거리가 제도화됐다. 또한 현행 헌법은 ‘당신은 시민이다’라고 선언한다. 6월 항쟁을 거치며 신체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형식적 평등권이 보장됐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당신은 노동자다’라고 하지 않는다. 헌법에서 노동자는 여전히 근로자로 표현되고, 노동3권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며, 형식적 평등의 허울 속에 비정규직 차별은 심각해지고 있다”며 현행 헌법이 지닌 한계를 짚었다.

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무금융노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주최로 '노동헌법 개정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헌정특위 자문위원인 김선수 변호사가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 개헌안을 토대로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와 노동헌법 개헌의 방향’을,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이 민주노총 개헌 요구안을 발제했다. 좌장으로 사무금융노조 정승일 정책연구소장, 토론자로 국민대 법대 황승흠 교수, 매일노동뉴스 박성국 논설의원, 정의당 김영훈 노동본부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섰다. ⓒ사무금융노조
‘근로’에서 ‘노동’으로, 동일가치노동엔 동일임금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공무원‧교원의 노동3권, 비정규직 사유 제한,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금지
노동자의 사업운영 참여와 이익균점 내용 헌법에 담겨야

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은 “1987년 6월 항쟁에서 멈춘 헌법을 현대화하자, ‘당신은 노동자입니다’라고 헌법이 답하게 해야 한다. 또한 노동과 관련해서 최소한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헌법이어야 한다. 그리고 의원내각제, 대통령중심제 등 권력배분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실질적 평등에 초점을 맞춰서 헌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개헌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노동헌법 6대 요구안은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 ▲일할 권리 보장, 비정규직 사유제한, 대기업 직접고용 책임 명시 ▲공공서비스의 민영‧영리화 금지 ▲적정한 노동소득분배율 유지, 노동자 이익균점권 복원 ▲불로소득에 대한 공적 통제, 토지공개념 명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주요하게는 헌법 전문에 ‘노동존중 평등사회’ 지향을 명시하고 헌법상 ‘근로’, ‘근로자’를 ‘노동’, ‘노동자’로 명칭을 정상화자는 것, ‘노동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지며 상시적 업무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 고용된다는 원칙, ‘모든 사람’의 노동조합 결성과 가입의 자유를 보장하고 특히 공무원과 교원, 주요 방위사업체 종사자의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자는 내용, 기업규모‧고용형태‧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와 차별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자는 내용이 세부적으로 담겨 있다.

또한 철도‧지하철‧도로‧가스‧공항‧전기통신‧보건의료 등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와 영리화 금지, 불로소득에 대한 공적 통제와 토지공개념을 명시해 자산소유에 기초한 불로소득 규제, 국민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의 표심이 국회 의석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이 일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 ▲일할 권리 보장, 비정규직 사유제한, 대기업 직접고용 책임 명시 ▲공공서비스의 민영‧영리화 금지 ▲적정한 노동소득분배율 유지 ▲불로소득에 대한 공적 통제, 토지공개념 명시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6대 개헌 요구안을 마련했다. 토론을 벌이는 참석자들의 모습. ⓒ사무금융노조
‘노동헌법’ 의제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
자문위 개헌안에 대한 보수 언론의 색깔 공격은 ‘어불성설’

참석자들은 공무원‧교원의 노동3권 보장을 포함한 온전한 노동3권 보장,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사유 제한 등이 현재 논의되는 개헌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경찰노조를 허용한 유럽 국가들을 고려했을 때, 군인과 경찰의 단체행동권 제한에 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덧붙여 노동헌법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대 법대 황승흠 교수는 “1948년 제헌헌법 제정 당시 대한노총이 제시한 노동헌장, 노동권과 농지개혁, 경제질서를 내용으로 하는 노농8개조는 이익균점권을 포함하여 강령의 전부가 헌법으로 규정되었다. 올해 개헌논의에서 제헌헌법의 노농8개조처럼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동헌법의 내용을 강령화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핵심 개헌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문위 개헌안 중 노동 관련 내용을 두고 보수 언론에서 제기하는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색깔론 공격에 대한 반박도 있었다. 김선수 변호사는 “자문위 개헌안은 시장경제를 부정한 바 없다.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은 선진국인 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다. 노동헌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서유럽 등 선진자본주의국가의 헌법, UN과 ILO 등의 협약을 참조했다. 서유럽이나 북유럽 국가들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의 헌법은 노동의 의무를 강조하나 자문위가 제시한 개헌안에서는 ‘근로의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전형적인 색깔론 공세다”고 했다.

또한 자문위 개헌안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 김선수 변호사는 “아무리 4차 산업혁명기라도 노동 없이 사회가 유지될 수는 없다. 인권은 헌법과 국가의 존재이유로서 모든 사항을 관통하는 기초다. 노동 문제를 경제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유지를 위협하는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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