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해충 취급하는 세스코에 맞서 농성 돌입

고백. 난 48년을 살면서 지금처럼 행복하고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과 희열을 느낍니다. 지금 내가 쫌 희생하고 쫌 양보 할 수 있는 인성과 지성을 가질 수 있다는 현실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나에 반쪽 000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나 대신 양육의 무게를 안고 밤늦게 일하고 있는 당신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꼭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투쟁할 것을 다짐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싸움이기에, 선임으로서 후임들에게 많은 짐을 지게 할 수 없기에, 난 내 모든 걸 버리고 이 끝없는 투쟁에 시작이자 끝을 보려고 합니다.

모든 동지여, 새날이 올 때까지 참아 봅시다. 내 꿈이 당신들 꿈입니다. 한번 해봅시다! 지금도 잠 못자고 바쁜 활동을 하는 우리 동지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꼭 승리합시다. 투쟁!

 

지난 1월 말 세스코 조합원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쓴 이는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박모 조합원. 박 조합원을 포함한 세스코 노동자들은 사측의 노조 탄압 중단과 불성실 교섭 태도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파업에 들어섰고, 지난 20일부터는 서울 세스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박씨는 <노동과세계>와의 통화에서 “부산 지역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는 조합원이다. 파업하면서 느낀 심경을 적었다. 나는 나이가 많아 우리가 승리한다고 해도 크게 얻는 것은 없다. 다만 후임들이 당당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게, 우리 노동조합의 기틀을 세우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가 알에서 깨어나듯, 우리도 깨어났으면 좋겠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상황도 달라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기 것을 조금씩만 내려놓고 함께 한다면 진실은 곧 드러나고, 우리는 꼭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세스코 노동자들은 사측의 노조 탄압 중단과 불성실 교섭 태도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파업에 들어섰다. 지난 2월 20일부터는 서울 세스코 본사 앞에서 4일째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 노동과세계

 

해충 뿐 아니라 노조도 없애겠다는 세스코
박씨가 일하는 세스코는 40여 년 동안 무노조 기업이었다. 연 매출액이 2,200억에 이르고 연 20%의 성장을 달성하는 회사이지만, 직원들은 조기 출근과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임금을 받곤 했다. 2015년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 가혹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한 해 퇴사자만 수백 명이라 저년차 사원의 비율이 40%에 이른다.

노조설립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스코는 전국 지사 중 노조 설립을 시도하는 곳이 있으면 그 지사를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가 생기기 전에는 노조 출범을 준비하는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돈을 건네며 회유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도 탄압은 이어졌다. 지난해 2월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가 결성되자 세스코 측은 법무법인 김앤장에 자문을 의뢰하고 민주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 관련자를 영입했다. 이후에도 업무 중이던 조합원을 사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본사로 강압적으로 압송해 심문하다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풀어줬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부당 징계, 부당 인사명령 등을 자행하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고영민 지부장은 “회사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고, 조합원을 강제로 본사로 데려간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농성장을 거점으로 전국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밤을 맞은 세스코 본사 앞 천막 농성장의 모습 ⓒ 노동과세계
임단협도 불성실하게 응하고, 조합원 강제 압송 사과도 않아
세스코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임단협을 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화해 조정을 해서 세스코지부는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부당노동행위 고소를 취하하기로 하고 사측은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와 성실 교섭을 약속한 바 있지만 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 제공조차 않는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는 변함이 없다.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고영민 지부장은 “회사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고, 회사가 조합원을 강제로 본사로 데려간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천막 농성장을 거점으로 전국 각지의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3월에는 세스코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동구 지역의 시민들, 민주노총, 정당 등 연대하는 단위들과 수도권 지역의 세스코 조합원들이 함께하는 투쟁문화제를 기획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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