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치운다고 쓰다버린 1회용 접시 아니다”
면담요청 36일 만에 학교 측과 만났지만...

ⓒ 노동과세계 변백선

동국대 청소노동자 18명(여성조합원 10명, 남성조합원 8명)이 ‘노조파괴 저지’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을 단행했다.

2달이 넘도록 동국대학교 본관에서 파업농성을 이어온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8일 오후 동국대 본관 앞에서 문제 해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학교 측에 항의하며 집단 삭발식을 통해 ‘청소노동자 인원 충원 및 민주노조 탄압 청소용역업체 퇴출’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에 따르면 지난 5일 동국대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한지 36일 만에 첫 만남이 있었다. 면담을 통해 용역업체를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또한 업체교체가 불가능하다면 교섭권을 학교가 직접 보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답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국대시설관리분회는 “결국 학교가 노조파괴를 위해 치밀하게 기획해 온 결과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삭발까지 한 마당에 이제는 우리의 요구도 바뀌어야 한다. 직접고용 요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동국대는 민주노조 탄압을 멈추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국가인권위원회 6년 동안 인권위원을 맡았던 보광스님에게 고령 청소노동자의 노동인권은 안중에도 없다”며 “대학은 대학다와야 하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피눈물 흘리게 하는 대학, 부처님 자비는 없고 무자비한 노조탄압을 자행하는 동국대학교는 교육기관의 자격을 가질 수 없다”고 전했다.

동국대는 2018년 새해가 되면서 정년퇴직자 8명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였다. 경비 절감이 이유였다. 노동자들이 퇴직해 생긴 빈자리는 청소 근로장학생을 선발해 대체했다.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는 이에 반발하며 대학 본관에서 파업농성을 진행했다. 동국대는 노동계에서 '노조깨기 전문'으로 유명한 '태가BM'이라는 용역업체를 끌어들였다.

이날 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 47명의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산하 노조,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동국대 학생 500여 명이 본관 앞을 가득 매웠다.

삭발식이 진행되면서 지켜보던 동국대시설관리분회 동료 조합원들이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삭발을 결정한 18명의 조합원들을 비롯해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이, 응원하기 위해 자리에 함께한 동국대 학생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한 동국대 학생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보이며 “이것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할 적에 맸던 머리띠를 저에게 준 것”이라면서 최고령의 김다임 조합원 머리에 매면서 눈물을 쏟았다.

김다임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조합원은 “동국대에서 일하면서 이번이 두 번째 삭발이다. 동국대가 민주노조를 깨려고 악덕기업 태가BM을 끌어들였다”면서 “벌써 세 번째 계약 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안 한다. 왜 사인을 해야 하나. 우리는 못한다. 여기서 못 이기면 우리는 사월초파일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집단 삭발식에 앞서 열린 집회에서 오조익 동국대시설관리분회장은 “결원된 인원을 충원해 달라고 시작한 투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교직원뿐만 아니라 용역업체들까지 나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했다”면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연대 발언에서 “용역업체 태가BM의 과거 행적은 모두 노조를 깨뜨리는 일이었다. 동국대가 이 같은 업체에 입찰을 준 것은 사실상 민주노조를 깨뜨려 노동자들이 아무 권리를 내세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민주노조가 깨지면 노동자는 아무 목소리도 낼 수 없다. 우리가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만수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는 “부모님 같은 노동자와 자식 같은 학생들을 왜 싸우게 만드느냐”면서 “이 모든 사태는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국대 총여학생회, 학내 페미니스트 모임 ‘쿵쾅’ 등의 여성단체들은 3월 8일 여성의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어 “페미니스트로서 청소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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