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무빙워크 점검 중 사고로 사망한 21세 이명수 씨

“나는 주연이, 오빠 동생이다. 가족들 걱정 말고 편안히 잠들어라. 내 마지막 소원이다. 내가 오빠 곁에 평생 있어줄게. 하늘나라 좋은 곳에서 날개 달고 천사가 되어 가족들 지켜주기 바란다. 지난 17년 동안 오빠로 있어줘서 고마웠어.”

고인의 외삼촌 민수홍 씨는 동생이 죽은 오빠에게 쓴 편지를 대신 읽어 내려갔다. 편지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결코 간단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담담하게 낭독을 시작한 외삼촌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무빙워크 점검 작업 중 사고로 숨진 故이명수 씨의 외삼촌이 발언을 마친 후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 노동과세계

“18살 동생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11살 동생의 편지도 가져왔지만… 도저히 못 읽겠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명수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잘못한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처벌받도록 도와주십시오.”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발언을 마무리 짓자 금방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위를 지나던 시민들마저 숨소리를 죽이고 현장을 지켜보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울먹이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눈부신 봄날, 21살 친구가 죽었습니다. 명수가 월급 받은 날 전화를 걸어 만나자하면, 저는 돈이 없어 싫다고 해도 괜찮다며 나오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착한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죽은 자리에는 하얀 판자로 벽이 쳐져 있습니다. 이마트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고 물어봐도, 뉴스를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고 하며 지나칩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벽으로 가려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영업을 계속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고인의 고등학교 친구 이제헌 씨는 슬픔에 찬 울먹임으로 말이 자꾸 가빠지는 가운데서도, 이마트의 행태로 인해 느낀 분노를 토해냈다.

 

21살 청년노동자의 죽음
故 이명수 씨는 특성화고를 통해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취업이 된 승강기업체에서 1년 6개월을 근무했다. 그러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이마트 다산점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무빙워커 점검 작업 중, 기계에 몸이 끼어 1시간 만에 구조되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마트 다산점은 무빙워크 점검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에 위탁하였으나. 이 업체는 다시 ‘태광엘리베이터’에 재도급을 주어 월 1회 점검을 진행해왔다. 이명수 씨는 하청의 하청인 태광엘리베이터 소속이다.

이마트는 이 사고에 대해 도급업체의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더구나 사건 현장은 흰색 합판으로 벽을 만들어 가려놓은 채, 방문한 고객들에게는 무빙워크의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되었으니 승강기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사건 직후 현장을 찾은 고인의 유족과 친구들 뿐만 아니라 청년전태일의 김재근 대표도 이마트의 이런 사고 처리 방식에 크게 흥분했다.

사고 현장을 완전히 감추도록 설치된 가림막.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이곳에서 무빙워크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 노동과세계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아오니, 흰색 벽으로 무빙워크를 가려놓고 아무렇지 않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고객에게는 무빙워크가 고장이니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말 뿐이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려하자 직원이 나와 ‘여러분의 행동은 정치적이니 퇴점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났는데 어떻게 이런 취급을 할 수 있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이마트
故이명수 씨의 사망원인은 사고 후 이틀이 지난 오늘(30일)까지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사건 후 사전 안전교육을 10분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CCTV를 통해 이명수 씨가 관리자와 1분도 채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또한 이명수 씨의 서명을 받은 안전교육서류를 공개하였으나, 이것 또한 사후 조작한 것이 발각되어 사측이 인정하기도 했다. 사고의 진상을 증언해줄 수 있는 당일 함께 일하던 세 명의 직원은 현재까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하고 있다. 이 사건이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임에도 불구하고, 이마트 측은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에만 관심이 쏠려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정황들이다.

 

 
사고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 이용이 불가하다는 사실만 적혀 있을 뿐 이유는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다. ⓒ 노동과세계

이 사건이 29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게 된 이후,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경기도본부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한편,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해 이마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이후 발길을 멈춘 시민들이 주위를 가득 메웠다. ⓒ 노동과세계

30일 오후 3시, 사고가 일어난 이마트 다산점 출입구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경기본부와 유가족, 고인의 친구, 시민단체가 참여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첫 발언을 맡은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죽지않고 일할 권리를 외쳐왔다. 이군이 민주노총 조합원은 아니지만 권리의 향상이 가장 필요한 간접고용 노동자였기에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달려왔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얼마 후 세월호 4주기가 다가온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후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을 등한시 하면 얼마나 큰 고통이 오는지 절감했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청춘들이 산업현장에서 쓰러져 간다.”며 “노동자의 안전이 시민의 안전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21살 청년은 여러분의 가족이나 이웃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을 이어받은 유가족과 친구의 애통한 호소, 청년전태일 대표의 질타가 계속되는 동안, 주위에는 수십 명의 시민이 모여 이 기막힌 상황에 대해 경청하다가, 최형선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경기본부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 된 후에 자리를 떠났다.

기자회견을 마친 일행은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추모의 뜻을 담아 헌화했다. 또한 故 이명수 씨가 안치된 구리한양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조문하고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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