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9차개헌 이후 30년만의 개헌, ‘비정규직 문제’ 해법 명시 대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현대사를 관통한 촛불 정국 때 끝도 없이 불렸던 ‘헌법 제1조’ 노래 가사다. ‘헌법 개정’이 다시 정국을 달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밀어붙일 모양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민중단체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은 3월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민중헌법 개헌 요구안 발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이번 헌법은 ‘노동헌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은 국가 형태와 그 구성원(국민)의 기본권 등을 정하고 있는 한 국가의 기본법이다. 단 한 개만이 존재하는 최상위법이 헌법이다. 개헌특위에서 개헌 작업에 참여한 김선수 변호사는 “‘노동헌법’은 따로 있는게 아니라 노동과 관련된 헌법 조항들을 강조하기 위해 ‘어젠더’로 만든 개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환경권을 중요시하면 환경헌법처럼 직접민주주의헌법, 경제헌법, 민중헌법 등의 개념들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개헌이 된다면 헌정사상 열 번째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0년 만이다. 그동안 개헌은 ‘집권 전략’에 맞춰진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헌은 다르다는 평가다. “구시대 낡은 헌법을 버리고 새사회 요구와 희망을 채운 새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촛불정국 때 국민들이 외쳤던 이유다. 김선수 변호사는 “그동안 노동계에서도 개헌을 주장한 바가 없었는데, 이번에 ‘노동헌법’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노동헌법은 1987년 헌법의 ‘한계’로부터 나온 것이다. 당시 헌법이 개정될 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슈가 없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문제로 부상했고,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이루면서 차별과 인권침해의 대명사가 되었다. 김선수 변호사는 “87년 헌법 개정 이후 미비했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원칙을 정할 필요가 생겼다”면서 “또 87년 헌법에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결정에 주체로서 참여하는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이번에 극복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헌은 법적 용어도 정리 대상이다. 3월 26일 발표된 정부의 개헌안에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는 것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노동법, 노동부’라고 흔히 쓰면서 노동자는 왜 ‘근로자’로 부르냐”고 지적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근로자나 노동자는 같은 의미다. 같은 용어를 두 개로 나눠 법률에서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용어 정리는 용어에 들어있는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걷어내는 작업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근로’라는 용어가 열심히 일한다는 뜻으로 정당한 댓가를 받지 않고도 하는 일의 의미로 쓰인다는 얘기다. 열심히 순종하는 ‘봉건적’ 의미, 무의식적으로 강제하는 그런 뜻이 내포돼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노동의 현상이 아니라 가치관을 덧씌운 그런 용어가 법률 용어로는 부적합하다”면서 “사전적 의미에서도 그렇고 근로라는 것 자체가 오염된 용어이기에 객관성이 담보된 ‘노동’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할 권리’라는 용어도 이번 개헌 대상에 추가됐다. 일할권리는 ‘노동’이라는 개념보다 의미가 포괄적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비슷한 용어를 사용한 일례가 있다.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로 표현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분류가 애매한 사람들까지 포괄해서 사용하려면 노동보다는 ‘일할 권리’가 포용성과 융통성이 있는 개념이다. 노동관계가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고용형태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개념정의를 포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5일 교사와 공무원이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공무원노조)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