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계갑질119·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KBS, MBC 등 방송 제작 현장에서 계약직 노동자, 방송작가들에 이어 프리랜서 여성노동자들까지 심각한 성폭력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계갑질119·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사진=노동과세계)

KBS, MBC 등 방송 제작 현장에서 계약직 노동자, 방송작가들에 이어 이번엔 프리랜서 여성노동자들까지 심각한 '구조적' 성폭력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계갑질119·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준비위에 따르면 223명의 실태조사 응답자 가운데,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9.7%(200명)였다.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70.4%)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7.8%)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행위(49.3%) 순이다. 포옹, 손잡기, 입맞춤 등 신체 접촉 강요행위도 무려 43.9%가 나왔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여성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응답자 중 86.9%(193명)가 프리랜서로 나타났다. 준비위 김혜진 간사는 “프리랜서는 허울 좋은 이름일 뿐 갑을관계를 포장한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방송계 시스템의 위계화 때문에 해고 위협은 물론 대체 가능한 일자리 불안정성이 구조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을 당했을 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응답자 중 80.4%(156명)이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고용형태 등 신분상의 열악한 위치 때문에(57.7%)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55.8%) △소문, 평판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44.2%) 순이었다. 특히 회사 내에 신고하고 처리할 창구가 없다는 답변이 73.5%(164명)였다.

해결 개선방안과 관련해 신분 문제와 권력관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과 관련한 답변 응답자 중 △성폭력 행위자와의 권력관계 때문(79.4%)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조직문화 때문(78.5%)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고용상의 불안 때문(66.4%)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특히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가운데 63.4%(140명)가 노동조합 가입의사를 밝혔다. 이는 작년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에서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38.4%)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김혜진 간사는 “노조준비위는 아직 두차례 정도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정도였다”면서 “방송사와 연관 부처에 제도개선안을 실현할 때까지 요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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