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조합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합이다. 하나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질 때 그 조합원들이 가졌을 기대와 우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노동조합의 역사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와 함께한, 그리고 노동운동의 큰 분기마다 자기 역할을 해내 왔던 노동조합이라면 말이다.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가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서울교통공사노조로 통합출범했다. 그 마지막 집행부와 첫 집행부의 생각이 궁금했다. 기금출연을 포함한 연대 실천과 해산과정, 통합노조 출범의 의미에 대해 5678도시철도노조 손근호 위원장직무대행(수석부위원장)에게 물었다.

 

ⓒ 공공운수노조

교선국장 : 5678도시철도노조의 독자적인 역사가 막을 내리고 서울교통공사노조로 출범하게 됐다. 노조의 해산과정을 함께한 마지막 대표자로서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손근호 직무대행 : 입사한지 올해로 20년차다. 도시철도에 민주노조를 만들던 과정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노사협조주의적인 분위기에서 공사가 분리 운영되는 아픔도 있었다. 쉽지않은 과정이었다. 민주노조로 간다라는 결정을 하고 나서는 동료들이 밥도 함께 안먹으려고 했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를 만들고 지켜내오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명박, 오세훈 두 시장의 집권시기의 투쟁들이다. 해고도 많이 되고 피도 많이 흘렸다. 노동조합이 분열하고 복수노조가 생긴 것도 최근 밝혀지는 것처럼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한 탄압의 역사속에서도 결국 노동자는 하나이고 지금처럼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본다. 과거를 돌이켜 보더라도 양 노조의 통합은 결국 민주노조를 지켜가는 과정이다.

교선국장 : 통합노조 출범의 가장 큰 의의가 자본과 권력에 의해 나누어져있던 노동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것으로 보시는 것인가?

손근호 직무대행 : 그렇다. 이권이나 다른 것을 고려했다면 통합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통합을 자신의 이익이 아닌 대의안에서 노동자들 스스로 결단하고 결의한 부분이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교선국장 : 새로운 통합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설레고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이라는 양 노조의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혹시 5678도시철도노조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부분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나?

손근호 직무대행 : 큰틀에서 하나로 가는 것에 대한 기대가 아쉬움보다는 크다. 그럼에도 만감이 교차하긴 한다(웃음)

교선국장 : 서울지하철노조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통합하는 대상인 서울지하철노조의 조직적 장점, 본받을 만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손근호 직무대행 : 정말 조직구조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는 것을 통합과정에서 절감했다. 우리보다 큰 조직이다 보니 중앙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큰 것 같다. 중앙에서 사업이 결정되면 힘있게 집행되는 것 같다. 저희는 좀더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어서 더디기도 하고 답답한 부분도 있다. 서울지하철의 명쾌한 지도력이 장점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30년의 노동조합 역사가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통합과정에서 더 크게 느꼈다. 사냥을 앞둔 호랑이가 작은 토끼를 사냥할 때도 자신의 전심전력을 기울이지 않나? 서지에는 그런 저력이 있는 것 같다.

ⓒ 공공운수노조

교선국장 : 서지와 도철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모범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다른 공기업 정규직 노조에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손근호 직무대행 : 아무리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라는 외부적 조건이 좋다고는 해도 서울시 내에서 오히려 후퇴되고 정규직전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이 있다. 시장의 의지와는 별개로 공사 내부의 움직임은 완전히 다른 측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정규직의 임금체계 안에 비정규직이 들어와야 진정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내부적인 기준과 목표가 있었다. 최근 교섭 과정을 보면 정규직의 안건보다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안건을 더 우선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비정규직 당사자를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고 노조 간부로 만드는 노조 내적인 노력도 함께 있었다. 이런 것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의 항의들이 있었고 그것이 결국 단협부결로 이어져 위원장이 사퇴하는 조건에 까지 이르렀다. 역사는 교훈을 얻을 때 의미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과 독일의 노동조합의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을 되세겨야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은 단결이 가장 큰 힘이다. 지난 정규직전환 과정에서 확인한 노동자들의 이견들과 그것을 극복한 과정들이 노동조합의 상처로 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승리의 밑거름이 될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교선국장 : 도시철도노조는 이전부터 공공운수노조에 투쟁기금이나 조직화 기금을 모범적으로 출연하고 조직사업과 투쟁사업지원에 함께 해왔다.

손근호 직무대행 : 물론 기금의 출연 자체는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할 때부터 약속되고 결의된 내용이다. 다만 내부적으로 다른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금을 다른 용도로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 공사 내 자회사나 열악한 처우의 청소노동자를 위해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것 자체가 해당 기금을 만든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원래 결의했던 바 대로 기금이 씌어지고 전체 노동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전통대로 그러한 기금을 필요한 곳에 잘 집행해 줄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우리들의 선례가 다른 사업장들에도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선국장 : 새로 들어서는 신임집행부에 대한 기대는 어떤 것이 있나?

손근호 직무대행 : 윤병범 위원장은 2004년 7일 파업당시 위원장이셨고 그때 나는 본조 국장이었다. 그때 파업의 좌절이후 힘든 시기를 많이 겪었다. 나 역시 당시 직위해제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 파업으로 인해 조직이 많이 와해되고 실패한 파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실패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파업의 과정에서 민주노조를 바로 세워내고 시련의 과정속에서 민주노조가 강해졌다. 장기적으로는 승리한 투쟁이었다고 본다. 그러한 정신을 잘 아시는 분이 위원장이 되셨다. 노조가 커지면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할 때도 있고 여러 가지 고려의 지점이 많아 질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다운 판단을 해야한다. 그것이 노조가 가장 빨리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교선국장 : 마지막으로 공통질문이다. 공공운수노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손근호 직무대행 : 얼마전에 술을 먹다가 그런얘기를 들었다. 힘들게 중앙간부가 되거나 상급 단위에서 활동하게 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 현장과 조합원들의 요구 때문에 막상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공공운수노조는 현장의 요구와 목소리가 더 다양하지 않겠나. 민주노총 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별노조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결과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고 사업 집행이 조합원과 공유된다면 성과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조합원들도 그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결과물에 대한 강박보다는 과정에서의 노조 원칙, 민주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한 과정에서 만이 공공운수노조 만의 강력한 투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준식 위원장과 집행부에도 그러한 부분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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