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전국 학교 현장

2018년 4월 27일 9시 반 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이 만났다. 양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에게 밝혔다. 한반도가 평화의 바람으로 뒤덮였던 그 순간, 전국의 초·중·고 교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평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학교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학생들의 모습 (전교조 제공)
한라산 오르듯, 백두산에도 오르길
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제주 흥산초 4학년 교실의 한 학생이 “북한말을 배워야 하나요?”라며 질문을 했다. 제주말처럼 북한말이 특이한 방언이라 생각해서 나온 질문이다. 또 다른 학생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판문점이 뭐예요?’, “북한 대통령은 몇 년 동안 해요?”등등. 담임인 신진수 교사는 학생들에게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한반도가 그려진 전지위에 각자의 소망을 써내려갔다. 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가고, 무엇보다도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소망을 담으니 어느새 전지에 출력된 한반도기 그림 위를 가득 덮었다. 신 교사 또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이 친구들과 같이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한라산 등반하듯 백두산도 등반하고 싶다”고.

 

초등학생들의 세금 걱정, 이제 뚝!
김수지 부산 구포초 교사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확 바뀐 교실의 모습을 전했다. 회담 전날 6학년 학생들은 북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서 “북한도 스마트폰을 쓰네요? 고층 건물도 많고요.”라며 북한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통일이 된다면 북한이 못 사니까 우리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지 않느냐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회담 당일, 정상회담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바로 통일되는 거 아니냐”며 “당장 6월 수학여행 장소를 바꾸자”며 제안했고, 그것이 어렵다면 “중·고등학생 때라도 수학여행을 가자”라며 꿈에 부풀었다. 또 북한 학생들과 sns 친구를 맺고 싶고, 가족이랑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유럽까지 가고 싶다는 꿈도 말하였다. 무엇보다도 한 학생의 말에 남학생들이 한꺼번에 탄성을 내질렀다. “통일되면 군대 안가도 되는 거죠?”

통일이 되면 세금을 더 낼지 모른다고 걱정하던 학생들은 하루 새 ‘이후에 교과서에도 나올 이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교실 가득 울려 퍼진 세 번의 환호성
의정부여중 1학년 교실, 31명의 학생이 숨죽이며 남북 정상회담 장면을 바라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하자마자 쏟아지는 환호성. 9시 30분 경 판문각 1층 문이 열리고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나오는 순간, 또다시 학생들은 ‘영화의 한 장면’이라며 두 번째 환호성을 질렀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로 마주보고 악수를 하는 순간, 문대통령이 북으로 10초간 넘어갔다가 오는 순간, 세 번째 환호성이 박수소리와 함께 교실 가득 울려 퍼졌다. ‘문 대통령이 잘생겼다, 김 위원장이 귀엽다’ 등. 한창 외모에 관심이 있는 중학생들의 두 정상에 대한 외모품평이다. ‘판문점에 가고 싶다’는 학생의 말과,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제한된 분단된 땅에 이제야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김형배 교사의 가슴도 내내 떨렸다.
운동장에 학생들이 꽂아 놓은 한반도 깃발 (전교조 제공)
운동장 위에 만든 한반도 지도
27일은 인천 동수초 4학년 체험활동이 있는 날. 신현주 교사와 학생들은 이른 아침 운동장 위에 커다란 한반도 지도를 그렸다. 그런 후 선을 따라 자신의 소원을 적은 한반도기를 꽂고 그 지도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체험학습을 다녀와 보니 어느새 커다란 한반도 지도 위에 깃발이 가득 찼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1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소원이 담긴 깃발을 지도 위에 꽂아 놓은 것이다.

4학년 학생들은 뒤늦게 남북정상회담 장면을 함께 보면서 “이제 우리도 북한에 갈 수 있는 거죠?”라며 기뻐했고 무엇보다도 판문점을 통해 쉽게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섭고 큰 벽’처럼 느껴졌던 분단의 벽이 허물어지고 통일이 성큼 다가온 듯해서 모두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평양냉면 먹고 싶다”
수원 칠보고는 27일 1교시에 모든 학급에서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시청했다. 아침부터 언론도,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모두 들썩였다.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한 학생들이 임이랑 교사에게 묻는다. “김정은은 뭐타고 와요? 전쟁나면 어떻게 해요?” 임 교사는 ‘통일을 위한 첫걸음이다’이라며 ‘8.15 광복부터 6.15선언, 10.4 선언 이후 이번이 세 번째’라고 쭉 현대사를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어느새 열심히 회담을 시청했다. 한 학생은 “야, 우리 이제 군대 안 가도 되겠다”며 환호성을 질렀고, 어떤 학생은 “평양냉면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 임 교사는 마침 시험기간인데도 이렇게 한 곳에 함께 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새로웠다.

 

“여름방학 때, 꼭 판문점에 가봐야겠어요”
“북한에도 3천 명 넘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평상시에 교류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살고, 늘 불안한 휴전상태를 해소하고, 무엇보다도 정상들이 만나서 종전협정을 어떻게 맺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런 길목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정은균 군산 영광중 교사가 우리나라가 평화로 가기 위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났다. 9시 30분이 되자, 3학년 학생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시청했다. 감탄사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판문점의 위치를 묻는 한 학생은 “여름방학 때 가족들과 함께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정 교사는 ‘통일’이라고 하면 소요비용문제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번 회담으로 ‘북한과 통일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전개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손을 모았다. 88년 대학생 때, 통일을 염원했던 정교사에게도 가슴 뭉클한 수업시간이었다.

 

못다 한 이야기가 펼쳐질 교실
경남 간디고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모든 수업 시간에 생중계를 시청했다. 학생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 어떤 수업에서도 볼 수 없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최보경 교사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그 어떤 수업보다 좋았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최 교사는 당일 못다한 이야기를 앞으로 나눌 생각이다. 각계 각층의 교류사업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어떻게 하면 이런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평화정착, 통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볼 참이다.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첫 걸음인 남북정상회담. 세계사를 가르치는 최 교사와 학생들이 교실에서 펼쳐 볼 이야기다.

 

'평양냉면, 군대면제, 시베리아 횡단열차'
최주연 서울 마곡중 교사는 2학년 학생들이 쓴 글을 sns에 공유했다.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명록 내용과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옮겨 쓴 학생, 정상회담 이후로 생길 것 같은 좋은 일로는 ‘군대 안 가는 것’, 느낀 점에는 ‘개꾸울~’이라는 위트를 보여준 학생들. 학생들은 회담 이후 한반도에 생기면 좋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휴전선이 없어지는 것, 통일, 평화정착’ 그리고 ‘평양냉면, 군대면제,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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