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약속 불이행 규탄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약속한 게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의무화 하겠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이분들의 노동자 신분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보장받도록 하겠습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홍보영상에서 자신의 입으로 밝힌 공약이다. 정부 출범 1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고 있을까.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평가다. 지난해 11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 변경 신고를 거절당했다. “사용자 종속성이 약한 특수고용직”이라는 것이 거절의 이유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 개정 논의도 진척이 없다.

민주노총은 5월 9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특수고용자 노동3권 보장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설립 가로막는 행정지침 시정 △국가인권위 권고 사항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산재·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요구했다.

“제 평생 이렇게 많은 사장님들 앞에 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단상에 올랐다. 민주노총에서 특수고용 문제를 담당하는 정혜경 부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모여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칭찬받는 문재인 정권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투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결의문에서 “생명과 맞바꿔야 하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돌아오는 것은 해고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은 20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단 말인가?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시간 끌기로 노동자를 우롱하지 말라”고 외쳤다.

결의대회를 마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건설기계, 화물, 철도매점, 방과후강사,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방송작가, 셔틀버스 노동자들이 대오를 이뤘다. 서비스연맹 퀵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오토바이를 앞세워 행렬의 선두에 섰고 “노조법 2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문구를 단 트럭과 노동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오토바이를 탄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대오의 선두에 섰다. (사진=안우혁)
행진 대오에는 운수 업종의 특수고용을 상징하는 덤프트럭도 함께했다. (사진=안우혁)
"건설기계 조종사도 노동자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안우혁)
이날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청와대에 요구안과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안우혁)

노동법 사각지대 230만 특수고용노동자
노조법 2조 개정으로 노동자성 인정하면 해결할 수 있어
특수고용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만들어 근로계약 대신 위탁, 도급 등의 방식으로 계약하여 일을 시키는 고용형태다.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다. 저임금에 근로시간 제한 규정도 없어 장시간 노동을 한다. 사업주가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섭할 권리도, 산업재해 보상 권리도 박탈되어 있다.

특수고용 문제 해결의 핵심은 온전한 노동 3권이다. 노동조합법 2조의 ‘근로자’ 개념과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기만 하면 원청의 사용자성과 특수고용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법제도 개정 논의 및 투쟁 △내부 조직 정비 및 지역조직 사업 강화 △지방자치단체 선거 대응으로 지역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개입력 강화를 사업 목표로 삼고 정부에 노조법 2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 하루 일당 제끼고 오신 동지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장님 앞에 서보긴 평생 처음입니다" 민주노총에서 특수고용 문제를 담당하는 정혜경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우혁)

 

"제가 노동자로 보입니까 사장님으로 보입니까?" 청와대 앞으로 온 조합원들은 마무리집회를 열었다. 유아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재택집배원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우혁)

 

민주노총은 5월 9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특수고용자 노동3권 보장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설립을 가로막는 행정지침 시정 △국가인권위 권고 사항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산재·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요구했다. (사진=안우혁)

 

결의대회가 열리기 전 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는 사전 집회를 열고 굴삭기 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고, 체불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자 소송을 건 '대성산업건설'을 규탄했다. (사진=안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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