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사용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개정안, 5월 28일 우리가 모여서 막아냅시다
민주노총은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28일 본회의 당일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무엇이 문제여서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할까요? 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면 노동자는 무엇이 손해인가요?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노동자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봅시다.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은 어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연소득 2,500만원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피해가 없도록 했다’고 했습니다. 현주씨도 거기에 해당되는 연소득 2,500만원 미만 노동자입니다. 현주씨는 국회의원들의 말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상관이 없을까요?
상관 있습니다. 오늘 새벽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주씨가 받는 복리후생비(교통비, 급식비) 20만원 중 9만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됩니다.
개정안에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임금은 각각 당해연도 최저임금액의 25%와 7%를 초과하는 부분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기상여금 월 39만원, 복리후생 수당의 합이 월 11만 원 이상이면, 이것의 초과분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한다는 말입니다.
현주씨의 월 복리후생비는 식대와 교통비를 합한 20만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11만원을 넘어가는 9만원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겠다는 것이죠. 따라서 개정안 통과 시 현주씨가 받는 임금 중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금액은 현행 157만원에서 9만원이 더해진 166만원이 됩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현주씨의 최저임금은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산입 제외범위도 점점 줄어들다가 2024년에는 없어집니다. 월 정기상여금 중 산입 제외부분 25%(39만원)는 2019년 25%→ 2020년 20%→ 2021년 15%→ 2022년 10%→ 2023년 5%로 줄어 2024년에는 결국 모든 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들어가게 됩니다.
월 복리후생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입 제외부분은 2019년 7%(11만원)→ 2020년 5%→ 2021년 3%→ 2022년 2%→ 2023년 1%로 줄다가 2024년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됩니다. 약간의 상여금, 약간의 복리후생비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현주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상승을 점점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현주씨와 같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저임금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소득 2,50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수당 7% 초과분을 수령하고 있어서 최저임금법이 개악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이 조항에 따라 저임금 조합원 10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이 내년 15% 인상되더라도 임금이 동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저임금 노동자를 배려했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어떠한 실태 파악도 없이 졸속으로 만든 법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문구를 살핀 민주노총 법률원의 변호사들도 “법안 체계나 문구도 너무 조악해 해석이 분분할 것이다. 이런 법률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근로기준법 94조 1항의 핵심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과반수 이상이 근로자가 속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견과 동의는 다릅니다. 의견은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동의는 상대방이 허락해줘야 하는 것이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들이 한 일은 이 근기법 94조 1항에 구멍을 내어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분기, 반기, 격월로 지급되던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기 위해 월별로 쪼갤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훈씨도 현주씨처럼 매월 받던 복리후생비 20만원 중 9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어 피해를 봅니다. 명절 상여금은 매월 지급되지 않기에 다행히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정훈씨의 최저임금도 현주씨처럼 166만원입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머리를 씁니다. 취업규칙에 적힌 상여금 지급 주기를 바꿔 분기마다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던 상여금을 총액(628만원)의 변동 없이 12개월로 쪼개어 매월 약 52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매월 정훈씨에게 지급되는 52만원의 상여금 중 상여금 산입 제외한도인 39만원 초과분을 제한 13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됩니다. 따라서 정훈씨의 월 최저임금은 개정 전 157만원에서 21만원을 더한 178만원이 됩니다.
이것은 정훈씨에게 불이익입니다. 현행 산입범위가 유지되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오른다면 정훈씨는 기본급이 157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인상되어 월 200만원을 받게 되는데,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최저임금이 15% 올라도 정훈씨의 임금은 2만원 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만약 정훈씨의 직장에 과반 이상으로 조직된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있다면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잠깐 아까 보았던 개정안 문구를 다시 봅시다. “최저임금으로 산입되는 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의견을 듣도록 하되,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
동의 대신 의견으로 바뀐 것에 주목합시다. 이 문구가 법이 된다면, 회사는 분기별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기 위해 월별로 쪼개는 ‘불이익 변경’을 하더라도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