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박근혜’ 뒷받침한 판결만 16개

“양승태를 구속 수사하라” 30일 오후 1시 대법원 동문 앞에서는 이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이 밝힌 조사보고서에서 드러난 박근혜 청와대와 대법원의 짬짜미 판결에 피해를 본 단체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는 절규다.

▲ 대법원이 박근혜 청와대와의 거래에 의한 판결로 피해를 본 14개 단체가 30일 오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 최대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참여연대, 금속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4개 단체는 이날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5일 공동명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조사보고서에서 확인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2015년 7월 28일)-‘현안 관련 말씀 자료’에 담긴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면서 사례로 명시한 판결로 피해를 보았다.

문제의 자료에서 거론된 판결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전교조 시국선언 벌금형, KTX해고 인정, 과거사 국가배상권 소멸시효 3년 제한, 민주화보상금 등 수령자의 국가배상권 부정 등 총 16개 판결이다.

이들 단체는 “국정농단세력을 몰아 낸 국민들의 힘으로, 이제 사법농단세력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정의와 상식에 기초한 사법부를 세워야 한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농단 세력 모두를 고발 또는 수사의뢰 조치하고, 검찰 수사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협조하라”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검찰에 “책임자인 양승태를 구속 수사해, 이 사건을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라고 촉구했다. 특별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하려고 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거부하자 조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2개에 달한 피해 단체들이 발언에 나섰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4474일째 투쟁하고 있다. 1심과 2심을 뒤집은 판결로 한 조합원까지 죽여 놓고 양승태는 조사도 받지 않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양승태가 사법농단의 끝이라면 2004년 취업사기를 한 철도공사와 정부가 시작이었다. 책임이 있는 사람들 모두 처벌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에서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위협된다고 했는데, 진정으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드러났다”면서 “청와대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판결 이후 네 명의 동료와 가족을 떠나보냈다. 총 29명이다”라며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법원의 작태를 보고 노동자뿐 아니라 국민이 실망과 분노하고 있다.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는 박근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에 이어 대법원까지 가세한 총체적인 정치공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청와대는 지체 없이 나서 법외노조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사법농단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재발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서류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조합원 3453명의 연서명을 받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날까지 검찰에 접수된 고발 건수가 10여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교조(왼쪽)와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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