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과 비조합원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돼야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2015년 민중총궐기 이후 구속되어 2년 6개월간(894일)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지난 5월 21일 화성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31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언론사 공동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기자 간담회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모두발언과 한상균 전 위원장의 모두발언,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월에 집행부 시작하면서 이-취임식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 전 위원장과 현 위원장이 함께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지만 형식적 이임식, 취임식을 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노총을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며 “국가를 망하게 할 수도 있었던 적폐의 한가운데서 싸워온 한상균 위원장과, 언론노동자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옥살이 중에 과분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까 걱정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라며 “촛불 이전에 투옥돼 촛불 이후에 출소했으니, 보다 나아진 대한민국을 기대했는데 남북관계의 진전과 같은 좋은 소식도 있지만, 최저임금법 개악 등 들려오는 상황이 녹녹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어 “임기 3년 동안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내걸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이것이 저를 감옥에서 나오게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을 해왔던 이전처럼 '다시 또 민주노조'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조운동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전 위원장은 "노동자 민중의 봄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비판하고만 말 것인가, 왜곡되고 뒤틀렸던 반노동 70년 세월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적폐 청산에 나설 것인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길에 미약하지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재벌개혁, 노동존중 약속은 공허하기만 한 어수선한 시절이다. 지름길은 없다. 동지를, 현장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나가자. 함께 꾸는 꿈이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감옥에 있을 때도 노동뉴스를 챙겨본 걸로 아는데, 감옥에 있을 때 가장 기뻤던 노동뉴스, 안타까웠던 것 하나 꼽아달라’, ‘민주노총이 실력으로 뭔가를 바꿔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출소 당시 말씀하셨는데 어떤 실력을 말하는 건지’, ‘이후 활동계획’ 등을 물었다. 한 전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꼼꼼히 답하고, 이후 활동계획에 대해서도 "사회적 약자 편에서 노동자 민중을 위해 연대하고 활동하겠다"는 등 소감을 피력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 정리해고에 맞선 공장 옥쇄파업 당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으로 당시 파업을 끝낸 직후 2009년 8월 6일 구속되어 만기 3년을 다 채우고 2012년 8월 5일 출소 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11월 20일 쌍용자동차 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013년 5월 9일까지 171일간 송전탑 고공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14년 민주노총 직선 1기 임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어 2015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그해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4.24 총파업, 박근혜 정권 퇴진을 전면에 내건 11월 14일 13만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후 12월 10일 구속됐다.

[5.31. 기자간담회 한상균 전 위원장 출소인사]

반갑습니다. 담장안 죄수에서 담장밖 죄수가 된 한상균입니다.
옥살이 중에 과분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까 걱정했는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이 감사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께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인 줄 알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총궐기를 시작으로 촛불혁명까지, 펜과 카메라를 들고 역사의 장면을 기록하신 이 자리의 기자분들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출소 뒤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예상치 못한 가석방이라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 주변 거리도 변하고, 이곳 민주노총 주변도 많이 변했더군요.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출소 뒤 가장 아픈 곳과 구속된 노동자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첫 주말이었던 지난 토요일에는 광주에서 고 백남기 선생님 묘역을 다녀왔고, 따님인 백도라지 씨를 만나 뵈었습니다. 제게는 모두가 마음의 빚이기도 하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우리 사회의 적폐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촛불 이전에 투옥돼, 촛불 이후에 출소했으니, 보다 나아진 대한민국을 기대했습니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같은 좋은 소식도 많았지만, 최저임금법 개악 등 들려오는 상황이 녹녹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노총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와 노동에도 일대 진전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감옥은 제게 무지를 깨닫게 해준 좋은 학교이자 도량이었습니다. 격동의 시기를 옥중에서 단절된 채 보내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비움과 무지함을 깨닫는 일상이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만난 적도 없는 시민들이 보내준 편지에 답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가슴속에 새겼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 면서 여전히 민주노조운동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에 부여된 과제와 책무가 막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노동개악에 맞선 총파업도,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궐기투쟁도, 또 그에 따른 구속도 투항하지 않고 투쟁한 동지들이 써간 민중의 역사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저에게는 가슴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담장 안에 갇혀있는지도 잊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여 오늘은 환영식이 아니라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준 동지들께 감사한 마음 담아 동지애를 전하는 자리일 것입니다. 

노동개악에 무너질 노동자를 생각하며 싸울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에 맞선 투쟁에 가장 앞에서 몽둥이를 맞을 사람이 필요하니 나서게 된 것 뿐이었습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상식’이 오늘까지의 저를 이끌어온 원칙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출소도 그저 제 몸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옥에서 나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나오게 된 것이라 여깁니다.

임기 3년 동안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내걸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저를 감옥에서 나오게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을 해왔던 이전처럼, “다시 또 민주노조”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조운동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치고자 합니다.

재판개입 의혹 관련한 뉴스를 보니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전교조와 KTX여승무원 노동자들, 제가 해고된 쌍용자동차 등, 피눈물을 흘려온 많은 노동자들의 고통이 사법농단에 따른 것이란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반드시 청산해야할 적폐가 한국사회 곳곳에 얼마나 많은지 속속 드러나는 참담함을 바로잡는 그날까지 정치적 고려라는 궤변이 나오지 못하게 합시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는 자본과 정권에 억울하게 당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는 여러 국민들 덕분에 만기출소에 조금 앞서 풀려났지만, 저와 함께 총궐기투쟁을 조직했던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여전히 서울구치소에 영어의 몸으로 묶여 있습니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도 구속된 상태입니다. 총궐기 투쟁으로 크고 작은 사법처리를 받은 민중들의 명예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공포정치 공안탄압으로 범죄자로 내몰린 많은 양심수들은 당장 석방되어야하고 사면복권 또한 지연 되선 안 될 것입니다. 문제인정권은 촛불정부를 자청하긴 쉬어도 촛불정부였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오직 단호한 실천의 결과임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의 봄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비판만하고 말 것인가. 왜곡되고 뒤틀렸던 반노동 70년 세월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적폐청산에 나설 것인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길 에 미약하지만 함께 하겠습니다. 차별과 착취 절망의 노동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와 한편이 되는 길, 노동을 배제하는 기득권 정치에 의지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노동자정치까지 꿈 너머 꿈을 위한 반성과 성찰, 실력과 실천으로 거친 길을 헤쳐 나갑시다. 

투항하지 않은 노동자의 꿈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공안탄압 공포정치의 트라우마를 걷어내고 촛불혁명 민중의 함성을 충전 시켜준 동지들께 뜨거운 동지애를 전합니다. 

동지들! 종로에는 혁명완수를 멈추지 말라는 녹두장군의 격문이 뿌려지고 있고 재벌개혁 노동존중 약속은 공허하기만하는 어수선한 시절입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동지를 현장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갑시다. 함께꾸는 꿈이라 이룰 수 있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투쟁!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과 김명환 현 위원장이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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