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민주일반연맹 11일 국회에서 비정규직 공무원 실태와 차별해소 방안 토론회
‘공무원’하면 흔히 안정적인 일자리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지만 공무원의 고용형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계약기간이 5년으로 정해져 있는 임기제 공무원이 있고, 주 35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시간제 공무원이 있다. 그리고 임기제와 시간제의 성격이 중첩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도 있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들은 계약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어 있고 주35시간에서 15시간을 일한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2016년 말 기준으로 국가직 43명, 지방직 6,320명이 있다. 교통지도 및 단속, 전산입력, 사회복지 및 일반행정, 노점단속, 보건업무, 비서 등의 다양한 업무영역에 분포되어 있다. 흔히 일자리의 속성을 분류할 때 상용직 대비 계약직, 전일제 대비 시간제로 나누어 후자를 ‘나쁜 일자리’라 하는데, 이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들은 말로는 ‘공무원’이지만 사실상 가장 취약한 영역에 있는 노동자인 셈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이들의 이야기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으로서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전환 요건을 대부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에서 제외되어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민주노총 공무원노조와 민주일반연맹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비정규직 공무원 실태와 차별해소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또한 “굳이 시간제로 운영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이전 기능직 공무원들이 전일제로 했던 업무였다. 비정규직 문제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닌가. 2년 사용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기 위해 시간임기제로 고용형태를 전환하는 경우도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임미영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조직2국장은 “임기제(계약직) 공무원들은 상시적 사업이 아닌 경우에 한해 임용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상시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업상담사인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각 구청 일자리센터에서 구인구직 상담과 취업지원 및 알선 업무를 하는데 이런 업무가 한시적 사업인가.”라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권용희 민주일반연맹 정책실장은 “지난 4월 평택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들을 만났다. 산재를 당했는데 처리가 안되어 자비를 들여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알아보니 산재보험 가입에 드는 예산이 편성이 안 되어 있었다. 사용주가 가입을 하지 않았으면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기간제 노동자들이라 말을 못 하고 있었다”며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에서도 배제되어 있는 현실을 짚었다.
서형택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규직이 아닌 공무원들은 전체적으로 정규직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보자, 총연맹과 협의해 노정교섭할 때 공무원 정원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부의 정책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늘릴수록 행정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행정서비스의 수준도 높이고 노동가치도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엄행섭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행정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공무원의 정원을 늘려야 함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임기제 공무원제 이용해 저비용, 불안정 고용을 늘리는 상황이다. 과거 정규직 공무원들이 담당했던 기피 업무를 임기제 공무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입직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보수와 근무조건을 차별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공무원노조가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노동조합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최근 노동부는 공공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때 채용·인사부서가 협의 통해서 업무의 상시지속성을 사전 심사해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업무라면 기간제나 파견, 용역을 사용하지 않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임기제 공무원도 이 사전심사제의 대상으로 넣어야 한다.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들이 겪는 부당한 사례를 더 모아 노정교섭의 의제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이 해법에 공감하며 정규직 전환 과정을 두고 토론했다. 공무원노조 소속 한 참석자는 “공무원들이 지금처럼 임용 시험을 봐서 채용되는 방식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임용고시 제도가 90년대 도입된 것으로 안다. 입직경로가 무조건 시험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전 기능직 공무원 제도를 없애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무원노조 소속 한 조합원은 “과거 기능직 공무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할 때, 시험을 거치게 했고 그 시험의 합격률에 대해서는 노사간 합의에 의해 희망자에 대해서는 시차를 두더라도 거의 합격시키는 쪽으로 추진되었다. 기존 정규직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임미영 조직2국장은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이 시간선택제 임기제와 한시적 임기제 공무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해야 한다. 정규직 공무원과 비정규직 공무원이 노동조합으로 단결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다. 기능직 공무원의 전환 사례가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