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도서관에서 '최저임금 인상효과 분석 정책토론회'
민주노총은 6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 분석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저임금과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만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재정·노동·복지·산업 정책과 초기업단위 단체교섭 활성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 또한 국내 최저임금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 16개 선행 연구의 추정값 중에서 유의한 부정적 효과를 보고한 경우는 1/4에 불과하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경우는 3/4에 달했다”며 “국내에서 그동안 발표된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관한 모든 기존 연구를 종합적으로 보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다는 결과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통계청 자료에 근거한 실증 연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황선웅 교수가 2001년부터 2018년 4월까지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과 노동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연구 보고서에서 “노동시간은 부분적 감소 양상이 나타났으나 고용에 미친 효과는 매우 작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신규취업을 감소시켰다는 증거, 비자발적 이직률을 증가시켰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5월에 발표한 2018년 1~3월 고용량과 근로시간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토론문에서 “수많은 실증분석 결과가 있음에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하여 상황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며 “실증적 연구와 분석에 기반해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수준을 개선하는 효과는 컸다. 황선웅 교수의 연구결과에서 2001년에서 2017년까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크고 유의하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최저임금 정책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불평등을 개성하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유선 이사장은 최저임금의 적정수준과 국제비교 기준에 대해 분석하며 “한국 노동부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 노동자의 정액급여 기준으로 OECD에 보고한다. 5인 미만 사업체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비공식 부문이므로 임금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 일본은 5인 이상 사업체 조사결과, 유럽연합은 10인 이상 사업체 조사결과를 보고한다”며 “한국도 5인 이상 사업체 조사 등으로 기준을 달리 하면 평균값 기준 OECD 20~26위, 중위값 기준 OECD 17~21위로 순위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사업장 규모, 고용 형태, 임금 형태, 기준 임금 등 여러 기준이 있는데 OECD에서 각국 정부로부터 통계를 받을 때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모으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유선 이사장은 최저임금의 적정수준에 대해 “정부나 학계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의 적정수준으로 중위임금의 50%를 제안하나, 저임금 노동자가 많으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아진다. 저임금 계층이 전체 노동자의 25%에 이르는 상태에서 중위임금의 50%에 기준을 맞출 경우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수준에 최저임금의 목표를 맞추는 우를 범하게 된다. 중위값으로 계산할 때는 저임금 기준선인 중위임금 2/3이나 유럽연합처럼 중위임금의 60%를 목표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더라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서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기준으로 하면 통상임금 평균값의 40%,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을 기준으로 하면 48.2%, 5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을 기준으로 하면 44.3%다.”라고 밝혔다.
황선웅 교수는 “최근 고용 증가세가 둔화된 것을 가리켜 일부 언론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이유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고용대란’이라 하는데, 인구 감소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급속하게 줄었다. 취업자 수보다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줄은 것이다. 면밀한 분석이 더 필요하겠지만 올해 고용증가 둔화 원인의 상당 부분은 인구구조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증가폭이 줄고 은퇴연령 인구가 늘어 취업자 수가 이전처럼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음식숙박업은 최저임금 영향율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은 2016년부터 이미 하락 추세였다. 금융위기 이후 증가된 커피전문점이 2016년에 정점을 찍고 그 후 줄어들고 있다. 과당경쟁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여기에 사드 충격이 겹쳤다. 이를 최저임금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또한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피해보는 금액을 ‘기대이익 감소’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임금이 무슨 주식투자도 아니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피해는 노동자의 규모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한국노총 역시 여러 경로로 자료를 요청했으나 정부가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아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제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공격을 받게 하는 조건이 ‘다른 제도 또는 정책의 진공상태’임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기 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제기하는 한국의 다양한 문제적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웅 교수는 “최근 여러 이론적, 실증적 연구 결과는 불평등 개선이 내수확대, 혁신활동과 인적자본축적 촉진, 기회불평등 완화, 사회통합성 제고 등의 경로를 통해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이러한 목적의 제도 개혁,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저임금․불평등 문제의 구조적 원인 해결이 불가능하며 더욱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 재정정책, 노동, 복지, 산업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과 원-하청, 본사-가맹점간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고 상가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경제민주화 정책과 EITC(근로장려세제)와 고용보험과 실업급여 개선 등 사회안전망 구축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조중동과 경제지, 보수야당의 선동에 속수무책으로 동요해 중심과 동력을 상실했다. 최저임금제도는 노·정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노동존중 정책의 핵심이었는데 개혁동맹 구축에 실패한 것. 정부와 노동계가 싸우고, 조중동과 보수야당이 웃는 구도가 되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정부여당의 내부성찰과 혁신 대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른 조치에 앞서 실행되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 노정관계 정상화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