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강남 삼성 본사 앞 ‘삼성 포위의 날’ 진행

ⓒ 노동과세계 변백선

1988년 7월 2일 15세 소년 노동자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발생한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산재사망 투쟁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직업병 인정 투쟁 또한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반올림 농성투쟁은 1,000일을 맞고 있다.

압력계기와 온도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수은에 중독된 문송면 군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산업재해의 문제를 알린 계기가 됐고, 단일공장에서 915명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된 원진레이온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선 본격적인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됐다.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원회, 반올림, 민중공동행동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88년 문송면, 원진레이온 산재사망이 2018년 반올림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고, 하청·파견 노동자의 산재사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OECD 경제규모 11위 국가로 성장했지만,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핵심적 주범은 재벌 대기업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재벌 개혁 투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30주기 추모위와 반올림, 민중공동행동은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위한 무차별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중단되지 않으면, OECD 산재사망 1위국의 오명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십수년 동안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지목되는 건설업, 조선업은 현대, SK, 대우, 포스코 등 줄줄이 재벌기업의 하청 노동자”라고 전했다.

삼성은 반도체 직업병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사고로, 2013년에는 울산에서 물탱크 폭발로 불산이 노출되어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고, 지역 주민을 위험으로 몰고 간 바 있다. 또한 2016년 삼성과 LG 핸드폰 부품공장에서 불법 파견되어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7명의 청년노동자가 실명, 구의역 스크린 도어 수리 중 사망한 19세 청년노동자, 2017년 현장 실습 중 적재기에 끼여 사망한 특성화고 이민호 군 등 매년 2400명이 넘게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이들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하고 싶다, 살인재벌이 책임져라”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산업안전 책임져라” “생명이 우선이다, 살인기업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지금까지 삼성의 반도체·엘시디 공장에서 일하다 ‘반올림’에 제보해 온 분만 3백여 명이고 그중 118명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이 문제에 대해서 사과 한 번 안하고 있고, 정부는 삼성 대상으로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고 있다. 총을 쏴서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살인죄로 처벌하는데, 화학약품으로 노동자들을 죽게 한 기업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직업병 문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노동자들은 화학약품 등으로 잠재적인 암이 발생되어 사망하고 있는데 기업이 죽는 소리하면 그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노동자 가정들도 편안하고, 병들지 않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송면·원진 30주기 추모위 대표를 맡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30년 전 문송면의 죽음을 목도하고 시름시름 죽어간 동료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수 십 년에 걸쳐 투쟁을 통해 산업재해라는 이름을 우리 사회에 알리고, 그것을 법으로 보장받기 위해 그 투쟁을 전개했던 원진 노동자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섰다. 30년 전 젊은 청년들의 죽음이 지금도 반복되는 처참한 현실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했던 것을 책임져야 하고 국회는 중대재해를 양산하고 노동자 목숨을 위협하는 기업에 대해 분명한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미정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여생을 이황화탄소 중독이란 절망 속에 살고 있다. 폐기돼야 할 노후한 기계, 최소한의 안전 장비와 환기시설이 없던 원진레이온의 산업재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최초의 이황화탄소 중독 직업병 환자가 발생한 것은 1981년이었고 이후 2002년까지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건강권이 우선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도구가 아니다.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의 고귀함과 삶의 행복을 영위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산재 없는 그날까지 힘차게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발족한 30주기 추모위는 안전권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화학물질 알권리 완전 보장 등을 주요 의제로 내걸고 각종 홍보·추모사업을 진행 중이다. 어제(1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합동추모제를 치른데 이어 오는 7월 4일에는 강남 삼성 본사 앞에서 ‘삼성 포위의 날’ 행사가 진행되고, 반올림 농성장 주변에서 안전보건 사진전이 펼쳐진다. 7월 17일에는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노동안전보건 과제 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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