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부산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반환 기자회견

부산 동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돼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대기실에 갇혀있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을 34일 만인 7월 4일 되찾았다.

▲ 지게차에서 트럭으로 옮겨지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강제징용노동자상은 지난 4월 30일 밤 10시께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인도에 옮겨져 한 달간 있다가 5월 31일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되었다.

4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에 앞서 동구청 직원들이 대기실에 있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역사관 마당으로 옮겼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 강제징용노동자상 반환 기자회견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아래 건립특위)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드시 건립"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선포했다.

건립특위는 기자회견에서 "동구청은 행정대집행 비용 고지서를 발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직무를 유기하여 횡령에 해당하는 불법을 저질렀고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법과 상식을 초월한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건립특위는 "새로 선출된 동구청장, 부산시장을 만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의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새롭게 바뀐 지자체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은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의 무리한 강제 철거에 의해 파손됐으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수리를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 조각원으로 옮겨졌다.

입상(standing statue)으로 제작한 강제징용노동자상은 현재 지지대가 흔들리고 있어 위험할뿐더러 내부 파손 여부 확인을 위해 해체가 불가피한 상태이다.

▲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 장성길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산본부장, 구연철 선생, 이우백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아베정부는 악착같이 식민지 과거사를 왜곡하고 내정간섭에 주권을 침해한다"면서 "식민지배의 망령은 아직 살아 있고 이런 일본 정부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뒤 "독재정권 유지하며 일본에게 면죄부 준 김종필에게 훈장을 주면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하려는 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정부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길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산본부장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엄청난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징용노동자상의 건립을 막아 선 것에 분노한다"면서 "과연 주권이 있긴 한가"라며 통탄했다.

장 본부장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은 기억해야 할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고 말한 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하며 되찾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에 세우자"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하시마섬(군함도)에서 보낸 구연철 선생은 "내 나이가 90이 다 되어서 많은 것을 잊어야 할 나이 인데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며 "'강제징용'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몸이 떨려온다"면서 "끌려온 노동자들이 몽둥이에 맞아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구연철 선생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은 부산 뿐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야 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야 한다"며 "일본의 사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래야 내 두 눈으로 보았던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이 조금이라도 잊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우백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은 "지난 1일 별세하신 김복득 할머니는 '다음 생에서는 시집가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 일본이 사죄하면 나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면서 "할머니의 꿈은 일본의 사죄를 받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8월 15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뜻을 같이 하는 전국의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일본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런 결의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에 세우겠다"라며 "판문점 선언 이후 당당한 자주권을 행사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과거사 청산에 당당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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