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수년째 임금동결, 고용불안 맞서 일어선 한국오라클노조 조합원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이 오늘로 5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계 IT기업으로는 최장 기간이다.

한국오라클노조는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이며 장기파업을 유도하는 노조와해 전략”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며 9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의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이윤경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이 7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앞에서 열린 한국오라클노조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윤경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은 조직을 위해서 희생했다. 가족에게도 양해를 구해가며 장시간 개미처럼 일했다. 그런 노동자들을 이렇게 대하는 사장을 보면 화가 난다. 조직에 대한 애착,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발견할 수 없다. 55일째 파업하고 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집회 현장을 찾아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어 사측에 성실교섭을 요구하고, 거기서 이견이 있을 때 일손을 놓을 수 있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저들은 로펌 하나 앉혀 놓고 대화에 응하지 않지만 민주노총에도 수많은 노동사건을 다루어 본 법률원이 있다. 노조위원장과 사무금융연맹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뭉치고, 민주노총이 함께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7월 9일 한국오라클노조 결의대회에서 김철수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한국오라클노조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이윤경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왼쪽부터)이 조합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사무금융연맹의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노조와 한국휴랫팩커드(HP) 노조, 사무연대노조,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 조합원도 함께해 투쟁기금과 현수막을 전했다.

곽창용 한국마이크로소프트노조 사무국장은 “경쟁사에서 돈을 더 준다 해도 노조가 있는 MS에 남겠다고 동료들이 말한다. 노조가 생긴지 1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렇다. 오라클노조의 투쟁에 힘입은 결과다. 지금 여기서 왜 투쟁하고 있는지 승리해서 돌아가면 알게 될 것이다. 꼭 승리해서 1~2년 다니고 마는 회사가 아니라 10년, 15년 다닐 수 있는 좋은 회사로 만들자”고 말했다.

7월 9일 한국오라클노조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모습.

한국오라클은 세계 최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오라클(Oracle)의 한국 지사다. 외국계 IT 기업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은 잦은 야근과 주말특근으로 주 평균 70~80시간, 많게는 100시간까지 일하지만 시간외 수당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년째 연봉이 동결되어 20년차 엔지니어가 세전 월급 283만원을 받는 등 급여 수준도 회사의 규모에 견줘 낮은 편이다. 고용불안도 일상화되어 신규 채용을 하면서도 기존 직원에게는 계속 권고사직을 요구하고 권고사직을 거부하면 성과향상프로그램 대상자로 지정하고 괴롭혀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사측의 이같은 행태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 가입했다. 노조 인정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교섭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지난 5월16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후 수차례 교섭이 있었지만 한국오라클 사측은 미국 본사 핑계를 대면서 ‘파업부터 무조건 철회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업 중인데도 사측은 매니저를 앞세워 직원들에게 업무를 강요하고, 복귀를 종용하는 등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도 자행하고 있다고 오라클노조는 밝혔다.

이윤경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최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나 오라클노조 파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에게도 상황이 전해졌다. 국회 원 구성이 되면 정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대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노조에도 도움을 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7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한국오라클노조 결의대회를 찾은 사무연대노조 조합원들이 한국오라클노조를 응원하는 현수막과 투쟁기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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