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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아닌 ‘예방’ 위한 산재추방 연대운동 돼야17일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대토론회…1부 ‘증언대회’ 2부 ‘대토론회’ 성황리 개최
  • 노동과세계 강상철
  • 승인 2018.07.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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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추모조직위원회는 17일 오후 1시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에서 1부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에 이어 2부 ‘노동안전보건 과제 대토론회’를 열었다. 2부 대토론회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추모조직위원회는 17일 오후 1시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에서 1부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에 이어 2부 ‘노동안전보건 과제 대토론회’를 열었다.

대토론회에서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문송면으로 비롯된 변화들, 그리고 더 변화하여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아직 우리 사회는 산재보상이 1963년 건강보험보다 먼저 시작되면서 그 성격으로 자리 잡은 정치적 판단 하에 경제적 타협이 이루어지는 시혜로서의 보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세월호가 그렇듯 보상이 아니라 실제 문제의 원인에 대한 해결이 도모돼 체제 변화의 기조로 자리 잡도록 하는 시도가 이제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018년 노동안전보건의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은 계속되어 왔고, 이에 대한 투쟁도 지속되어 오는 과정에서 법 제도의 개선이 일부 되었지만, 하청 및 특수고용 산재, 감정노동과 일터 괴롭힘, 과로사와 과로자살 등 새롭게 제기되는 과제와 투쟁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노동안전보건과 산재보상에 대한 행정과 감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집중투쟁 △소규모 사업장, 원 하청, 특수고용 등 노동자 참여의 전면적인 확대와 실질화 △공동연대투쟁에 참여하는 단위의 상층부와 실무 연대를 넘어서 각 조직의 각급 조직체계까지 발동되는 공동 연대투쟁을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가장 격렬한 투쟁은 직업병 인정 투쟁인데, 격렬한 투쟁 후 보상이 끝나면 인정되고 거기서 멈추고 말아 그 원인을 바꾸고 변경해야 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인정투쟁이 격렬한 만큼 예방투쟁이 격렬하지 못한다면 30년 후에도 똑같을 것이기에 대기업이 이윤을 쓸어가는 만큼 책임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11월에 창설된 생명안전시민넷 박순철 사무처장은 “노동현장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포항 지진, 밀양 제천 화재, 목동 이대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고, 살충제 계란 파동, 라돈 방사능 침대 사건 등 일련의 안전사고와 재난에서 확인했듯이, 예방시스템 과 공무원들의 인식과 대응 및 역량, 피해자의 권리보호와 지원시스템 등의 부재나 부실을 목격해야 했다”면서 7월에 마무리될 예정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요구했다.

천지선 민변 노동위원회 산업재해팀장은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사용한 유해물질의 종류와 양 등을 알기도 어렵고 이를 소송 중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더 어렵다”면서 “노동자는 계속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본인의 재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렵고, 사업주는 노동자의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를 애초에 구비하지 않거나 폐기, 은폐할수록 관련 분쟁에서 유리해 진다는 점에서 직업병의 예방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법적인 문제점을 밝혔다.

30년 전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사건을 계기로 창립된 일터건강을지키는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이고은 운영위원장은 “기실 건강검진이든, 직업병 발견을 위한 건강진단이든 검진은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것 이상의 것을 할 수는 없고, 급성으로 발생한 직업병의 경우엔 특히나 검진당시에 발생한 것이 아니면 검진으로는 절대 발견할 방법이 없다”면서 “30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제도가 현재에 와서는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존재의 흔들림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말 필요한 곳에 적정한 서비스와 재화가 쓰이도록 할 연대가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최근 (산안법 전면개정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 변화의 흐름이 보이는 듯 했으나 대부분 답보 상태이거나 퇴색된 측면이 있고, 산재 추방 30주년을 맞아 향후 30년을 준비하는 중장기적인 안전보건 정책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을 위한 전 방위적 활동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청계천 전태일 다리 옆 ‘산업재해 추모의 다리’ 선정 조형물과 바닥동판 조성 △‘산재사망 이젠 그만’ 산재직업병 추방선언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운동 △카카오톡등 오픈 채팅방과 지역별 오프라인 상담 등을 통한 ‘산재직업병 119’ 운동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보건 정책 로드맵 수립 추진단’(가칭) 운영 등 내년 6월까지 사업목표를 제시했다.

“30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게 없어”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나와 생생한 증언을 쏟아냈다.

산재사망자인 김봉환 투쟁에 주로 참여했던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장옥희 회원은 “당시 요양신청 안 받아들여졌고 어느 누구도 해결해줄만한 사람이 없어 유가족들은 지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는데 사측이 문을 걸어 잠그고 대화를 거부했다”면서 “눈이 엄청 왔는데 화가 나서 시신을 내려놓고 거리로 나가 홍보를 시작해서 137일 동안을 힘겹게 싸웠다”고 말했다.

삼성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씨는 “작업장에는 항상 납과 플럭스, IPA, 아세톤 냄새가 많이 났고 특히 납 냄새는 기숙사에 가서도 옷에 배어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면서 “삼성에서 6년 동안 일했지만 화학물질 안전에 대한 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열일곱 살 때 삼성에 처음 들어갔더니 신입사원들을 산 속으로 데려가 나무에 매달려 매미 소리를 내라고 했다가 조용히 하라고 하면 가만히 매달려 있게 하는 ‘복종’ 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한혜경 씨 엄마 김시녀 씨는 “2009년에 산재를 신청했는데 정부는 우리보고 직업병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했고, 삼성은 영업비밀이라며 우리 혜경이가 썼던 물질들의 자료를 주지 않았다”면서 “2014년에는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가 상영되면서 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삼성이 제3의 중재안이 나오면 따르겠다고 했지만 2015년 7월 ‘삼성전자가 1000억을 기부해서 독립적인 공익법인을 만들어 보상과 예방을 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이 나오자 삼성은 거부하고 자기 마음대로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었고, 심지어 대화도 일방적으로 중단시켜버렸다”고 성토했다.

이길연 집배원의 아들 이동하 씨는 “작년 8월 저희 아버지는 업무 중 교통사고 이후 제대로 된 공상처리를 받지 못하고 출근독촉에 시달리다가 그해 9월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제 곁을 떠나갔다”면서 “서광주우체국 전남지방 우정청을 상대로 5개월간 투쟁 끝에 올해 1월에 순직을 인정받았는데, 투쟁 속에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업인 우정본부가 이렇게 비리가 많은지 몰랐다”고 분개했다.

올 1월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숨진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장민순 언니 장향미 씨는 “동생을 괴롭힌 것은 단지 야근뿐만이 아니라, 직장상사는 퇴근하기 전 매일 작성하는 업무일지에 자아비판, 반성문 형태의 내용을 작성하도록 종용했고, 채식주의자인 동생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등 비인간적인 직장 괴롭힘이 있었다”면서 “공짜야근을 조장하는 IT업계 포괄임금제는 폐지되어야 하며, 유족이나 피해 당사자에게 전가된 피해 입증 책임을 사업주나 정부가 지도록 법이 바뀌어야 하고, 즉각 근로감독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고, 과로사, 과로자살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김성민 유성영동지회 사무장은 “유성기업 고 한광호 열사는 간부 활동을 하는 동안 회사로부터 11건에 이르는 고소를 당했고, 징계를 2번이나 당했으며, 영동공장 공장장과 노무관리자, 어용노조 간부들이 행한 고소로 수 없이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했다”면서 “지난 6년의 탄압과정에서 회사는 어용노조를 앞세워 그 동안 노사관계의 법과 제도로 기능해 왔던 단체협약을 개악해 회사의 인사권, 관리권이라는 명목으로 그 규칙들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포천 이주상담센터 김달성 목사는 “이주노동자 알사는 일하다 손가락 4개가 부러지고 손이 망가져 산재 신청을 회사의 협조 아래 하기를 바랐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뒤늦게 나타난 회사는 노동자에게 산재신청서조차 아예 보여주지도 않고 몰래 허위문서를 만들어 공단에 제출했다”면서 “미얀마에서 온 노동자의 경우 야간만 30일 꼬박 하루에 13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일 시키는데(월급은 150만원. 일요일 근무수당 10만원 추가. 190만원 지급) 산재가 어떻게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작년 11월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안전사고로 사망한 이민호 군 아빠 이상영 씨는 “교육감 공식입장 내지 사과조차 없다가 20일 만에 기자회견하고 빈소방문했고 20여일이 넘는 장례기간 동안 정당대표, 각종 정치인들이 빈소에 왔다갔지만 변화된 것은 없고, 사업주는 구속수사하지 않았으며, 수사가 차일피일 미뤄져 현재에도 재판 진행 중”이라면서 “민호를 삼킨 기계를 부숴버리고 싶지만 잘 고쳐서 사용하라고 했는데 노동부도 안전공단도 회사도 기계에 대한 점검조차 하지 않은 채 기계에는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작업중지가 해제되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추모조직위원회는 17일 오후 1시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에서 1부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에 이어 2부 ‘노동안전보건 과제 대토론회’를 열었다. 1부 증언대회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노동과세계 강상철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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