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의 '수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황화탄소' 중독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산재사망의 ‘이정표’가 됐다. 30년이 지난 오늘이지만 여전히 한 해에 2천4백명의 노동자가 죽고 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하청, 파견 노동자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재벌 대기업의 '탐욕적인 이윤추구' 때문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노동과세계>는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 내 업종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노동안전의 현실을 알리는 기고를 연재로 싣는다. 

김문경 보건의료노조 노동안전전문위원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당연히 찾는 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즉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병원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병원노동자는 과연 안전한가?

지난 7월 2일은 수은 및 유기용제 중독이라는 산업재해로, 만15세의 소아과 환자였던 문송면이 몇몇 병원을 전전하다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 다음해 1989년, 문송면의 산재사망 1주년을 하루 앞둔 7월 1일은 우리나라가 세계최단기간인 단 12년 만에 전 국민의료보험 시대를 열게 된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병원의 문턱은 낮아지게 되었고, 현재까지 병원은 건강보험(2000년 이후 명칭변경) 당연지정 시스템으로 국민건강의 최일선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떠나간 문송면이 우리에게 ‘내가 전전했던 병원과 그곳에서 일하는 병원노동자는 안전한가‘라고 묻는다면,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이 정착된 지가 30여년이 지났지만, 그가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를 세상에 남겨두고 떠났지만, 아직도 회의적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의 사건으로, 2015년 병원감염이 문제가 된 메르스 사태로 38명이 사망했고, 2017년 병원에서 신생아가 감염으로 집단 사망했고, 올해 초 병원 화재로 무려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도 간과할 사항이 아니다.

2010년 울산의대의 조사통계에 의하면, 한해 의료사고 사망 추정치가 약4만 명으로, 당해 교통사고 사망수의 5배에 근접하다고 한다. 이중 약 1/3은 예방이 가능한 수치라고 하는데, 이러한 의료사고는 의료인력 부족이 직접적이고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병원이 인력운영을 상위 25%수준으로 개선하면 의료사고는 6만 건 이상 피할 수 있다. Health Affairs 2006년 발췌)

지난 6월에 발표된 2018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명으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았고, 고가의료장비인 C-T와 MRI도 OECD 평균보다 높게 보유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평균 진료횟수는 17회로 OECD평균(7.4회)보다 2.3배 많고, 1인당 평균재원일수도 18.1일로 OECD평균(8.3일)보다 2배 이상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인력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데,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OECD평균 3.3명), 간호사수도 6.8명(OECD평균 9.5명)으로 OECD 최하위 수준으로, 병상수와 고가장비, 병원이용횟수 비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들이 환자와 병원노동자의 안전보다는 병상과 장비를 늘려 병원이용을 높이고, 병원노동자들에게는 과도한 업무와 친절을 요구하여 결국 수익극대화(돈벌이) 경영을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한마디로 과잉된 의료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인력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과중된 업무로 인한 병원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원 노동자들, 응급 돌발 폭력에 노출

2018년 보건의료노조 정기실태조사 결과, 인력부족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76.2%), 서비스 질이 떨어지거나(75.6%), 의료사고 위험성이 커진다고(76.5%) 응답이 나왔다. 실제 인력부족으로 의료사고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33.1%(2017년 보건의료노조 정기실태조사 중)나 있었다.

또한 병원노동자들이 업무 중에 겪는 폭력의 강도와 빈도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병원노동자는 희생적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고긴장 집단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동시에 응급하고 돌발적인 폭력상황이 빈번하게 발생되며,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시적인 긴장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의사가 구타당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2018년 보건의료노조 정기실태조사에 의하면, 병원노동자가 폭언(31.1%), 폭행(88.1%), 성폭력(86.7%)을 당한 경험이 있고, 주된 가해자는 환자 및 보호자로 전체 폭력가해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폭력의 원인 역시, 인력부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시간이 길다고,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고, 친절하지 않다고 가해지고 있는 병원노동자에 대한 폭력은, 충분한 의료 인력이 확보되어 있었다면 많은 사례들이 사전에 예방됐을 것이고, 더 나아가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의료사고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다.

병원의 의료 인력은 80여종 이상의 관련 면허 및 자격증으로 구성된 전문 집단이라고 한다. 이런 인력들이 제 역할을 충분하게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이 주어져야 할 것이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적정한 의료인력 확보다.

만15세의 문송면이 남기고 간 노동자의 건강권의 과제와 세계최단기간 전 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하고 달려온 지난 30년의 시간으로 부족했던, 국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원의 적정 의료인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6월에 발표된 2018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명으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았지만, 의료 인력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데,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OECD평균 3.3명), 간호사수도 6.8명(OECD평균 9.5명)으로 OECD 최하위 수준으로, 병상수와 고가장비, 병원이용횟수 비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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