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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정노동자 "이제 맘 편히 일할 수 있을까요?"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감정노동자는 당신의 이웃이고 가족입니다’
  •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 승인 2018.07.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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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의 '수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황화탄소' 중독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산재사망의 ‘이정표’가 됐다. 30년이 지난 오늘이지만 여전히 한 해에 2천4백명의 노동자가 죽고 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하청, 파견 노동자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재벌 대기업의 '탐욕적인 이윤추구' 때문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노동과세계>는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 내 업종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노동안전의 현실을 알리는 기고를 연재로 싣는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이 오는 10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일터에서 수도 없이 겪었던 폭언과 폭력 등 인권을 침해받은 기억들을 마음속으로 묻으며 일해 왔던 서비스산업 800만 감정노동자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지난 7월 5일 있었던 경기도 모 백화점의 고객 갑질로 인한 감정노동자 피해사례처럼 일터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감정노동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렸던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과 보호제도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감정노동 당사자들의 증언은 우리 가슴을 끊임없이 아리게 하고 저리게 만들었다. 이날 당사자 증언으로 참석한 항공기 승무원, 백화점 판매노동자, 우체국 집배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경험한 감정노동 사례를 요약해본다,

(승무원) 우리는 항공기가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업무가 주업무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마치 비행기를 구매한 것인 양 어떤 것을 요구해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조금이라도 응대가 소홀하다고 생각이 들면 곧 바로 컴플레인이 시작됩니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는 어떤 수모를 당해도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감정노동자가 바로 승무원들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에서 회사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로지 이윤 확대를 위해서 자기 직원들의 인권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니까요…...

(백화점) 사건이 있던 당일 날. 고객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상해를 입히고 있는데도 백화점 측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옆의 매장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자고 하고 피해당사자를 피신시키려고 하였지만 이성을 상실한 고객이 계속 쫒아왔고 심지어는 화장품을 입에 가져다대면서 먹어보라고 합니다. 상대가 자기 가족이었다면 이런 정도로 심하게 행동을 했을까요? 그 당시 겪었던 상황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요…...

(우체국)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한 통신이 확대되면서 일반 우편물을 대체하고 있어서 우체국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별로 사업 실적을 달성하려는 경쟁이 심화되었고 다량으로 우편물을 접수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여직원이 술자리까지 가야하는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다량 접수업체 직원(고객)의 갑질로 인해서 욕설과 폭행을 당한 지원과 직원은 현재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자주 방문하는 갑질 고객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마주하게 되면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 어떤 고객은 규정에 위반되는 택배물품 발송을 요구하여 규정상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을 했지만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더니 잠시 후 몸에 문신을 한 다섯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또 다시 협박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총괄국 간부들이 오히려 문제행동을 한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서 사과를 하고 선물을 전달하면서 민원제기를 사전에 무마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는 결국 평가제도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우체국 직원들은 자존심은 물론 기본적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결과를 마주하면서 깊은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이들의 증언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자의적이고 자율적인 감정노동이 아니고 작위적이고 강제적인 감정노동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기업)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 발생해도 적절한 보호와 지원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거 같다.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감정노동자들이 이번에 보호법이 시행되고 나면 정말 맘 편히 일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의 감정노동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유는 크게 하나로 모아진다. 기업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물론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적절한 수준의 고객응대 매뉴얼을 적용하며 상처를 받은 직원들이 정신건강을 위하여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한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고객중심경영, 고객친절경영, 고객만족경영 등의 경영방침을 중심으로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고 비상식적인 고객의 갑질을 수용하고 보상하며 노동자들의 감정을 상품으로 포장, 판매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다 하여도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이행하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법시행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감정노동을 바라보는 전향적인 사고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도 기업들의 법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 불이행하는 사용자에 대하여 벌칙조항에 근거하여 처벌을 강화해야만 온전한 보호가 이루어질 것이다. 공교육 과정에서도 감정노동 체험교육을 도입해서 상대를 인정하고 인격을 존중할 줄 아는 인성을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체득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볼만 하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감정노동 문제해결을 위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된다.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이 오는 10월 18일부터 시행 될 예정이다. 그 동안 폭언과 폭력 등 인권을 침해받으며 일해 왔던 서비스산업 800만 감정노동자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법이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과 보호제도 정착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서비스연맹)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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