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매일 아침, 저녁 원직복직 요구하는 해고자 임학수 씨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첫 행보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고, 공공부문부터 정규직화를 통하여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800만명을 넘어 이제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한줄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1년여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각종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원청의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직고용 방식, 무기계약직등을 통하여 고용안정만을 보장하는 경우, 상시적인 업무임에도 전환심의위원회에서 제외되는 경우등 많은 혼란이 존재한다. 논란과 혼란은 존재하지만 공공부문의 대부분 사업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정규직 제로시대에 역행하여 용역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해고하고 있는 공공부문 연구원이 있어 8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원)에서 간접고용(용역회사를 통한 고용)되어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임학수씨는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KDI 정문 인근에서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임학수 씨는“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해고되었다. 업체변경시에 고용승계가 분명하게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새로 바뀐 용역회사는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면접을 보더니, 계약 연장을 거부했고,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니 해고된 것이다”라며 해고의 경위를 설명한다. 용역계약에 ‘고용승계’가 계약조건으로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면접을 통하여 계약을 거부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작 5분정도의 면접을 통하여 내가 저성과자라고, 복장이 불량하다고 계약 연장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는 건지”라며 계약 연장 거부의 부당함을 토로하는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너무 억울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여기 정문에 나와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8개월이 넘는 긴 시간을 투쟁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억울함’이라는 그의 말이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해 해고 당시, 어쩔수 없이 1년만 다니겠다는 각서를 쓰고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이미 해고를 한번 경험했다. 지난 연말 재계약 당시 해고 통보를 받았으나 1년만 더 일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일을 계속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년이 지난지금 각서를 썼으니 이제 그만 다니라고 한다. 각서를 요구할 당시에는 일만 잘하면 계속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용역업체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이현태 지회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세종일반지부 KDI지회)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책연구원이면 국가 정책에 앞장서야 하는데 KDI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에) 비정규직을 해고할 뿐 아니라, 비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용역업체의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이후에 비정규직을 전환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아픔과 설움을 모르는 소리”라며 원청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김호경 지부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세종일반지부)은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KDI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로 일하던 비정규직 20여명 이상이 해고됐다. 비자발적 ‘자진퇴사’를 포함하면 25명이나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정책제안을 하던 KDI가 해고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라며 KDI와 용역회사의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규탄했다.

이어서 그는 “통상 용역회사는 1~3년의 짧은 기간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로 기존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마련인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라며 “또한 작년부터 부당해고 반대 투쟁을 진행한 이후 더 이상의 해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전까지 무분별하게 해고(계약해지)를 자행했다는 증거”라며 원청이 KDI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 “▲원장 면담을 통하여 현 원장 취임 이전에 발생한 사안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할 것, ▲감사실을 통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으나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진상조사를 통한 해고자 명예훼복, ▲정원이 45명인 사업장에서 4년간 20여명이 집단해고된 매우 큰 사안으로 이에 대한 재발방직 대책 마련”이라며 원장면담등을 통하여 부당하게 해고된 이들의 명예를 훼복시켜 줄 것과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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