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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주노총이 난민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혐오와 배제가 아닌 환대와 연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9월 16일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만나자
  • 노동과세계 류미경(민주노총 국제국장)
  • 승인 2018.09.14 12:44
  • 댓글 1

“우리를 인간답게 대우해 달라”

9월 16일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다. 민주노총이 포함된 이주공동행동과 여러 시민·사회·인권 단체들이 ‘난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비열한 혐오를 멈추고 난민과 함께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8월 17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 온 이집트 출신 난민신청자 아나스, 자이드, 무나, 왈리드 4명의 난민신청자의 절규에 대한 응답이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혁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이집트의 반혁명 정부가 가한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이들은 △ 모든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정심사절차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할 것 △ 난민신청을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면접조서를 허위로 날조한 법무부를 심층 조사할 것 △ 모든 난민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멈추고 그간의 고통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존과 안전을 찾아 온 한국이 법치국가답게 난민법과 국제협약을 준수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는 청와대 앞 단식농성중인 난민신청자들을 지지방문해 연대기금을 전달했다.

국제사회의 권고

이들의 요구는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내린 권고와 같다. 2012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세계 평균(37%)보다 매우 낮은 (4.1%) 난민 인정률, 난민심사 절차 부실 등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을 권고했다.

△난민신청자들이 입국지점에서 공식절차에 방해받지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지킬 것 △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이 일할 권리를 누리고 그들 자신과 그 가족이 적절한 생계, 주거, 보건, 교육을 향유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인도적 지위 체류자, 난민신청자의 자녀,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 출생을 적절히 등록할 제도와 절차를 마련할 것 등이다.

또, 인종주의적 차별 발언과 행동 규제에 대해서도 △ 인종차별의 정의를 국내법에 포함할 것 △ 형법을 개정하여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고, 인종차별의 침해의 경중에 비례하는 적절한 처벌을 부과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포괄적 입법을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무대책이 혐오 키워

2013년 난민법이 시행되었지만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권고한 난민과 난민신청자의 권리 보장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인종주의에 바탕을 둔 차별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예멘 난민 이슈를 계기로 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가 폭발했고, 난민신청자들이 적절한 난민인정 심사 절차를 접하기도 전에 ‘난민법, 무사증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역대 최다 인원인 71만 명이 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제주도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은 청원의 요구를 직접 거리로 들고 나와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단식농성에 나선 난민신청자들에 대해서도 ‘가짜난민’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들이대며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난민심사 면접관의 진술왜곡과 허위사실 기재를 폭로하기 위해 당사자가 직접 페이스북에 올린 날조된 면접조서가 ‘가짜난민’ 증거로 둔갑했고, 정치적 박해를 받게 된 배경이었던 군부독재에 맞서 이집트 혁명 참여를 두고 ‘이슬람 근본주의 극렬 테러단체 가담’으로 왜곡되었다. 급기야는 9월 16일 난민 반대 맞불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정치적으로 과잉 대표되는 난민 배제 목소리

정부와 정당들은 이러한 혐오와 배제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 결정, 국회의 입법활동에는 난민을 적대시하는 목소리만 과잉 반영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에 대해 답변에 나선 법무부장관은 인종차별철폐협약, 난민협약 당사국으로서 협약을 책임있게 이행하기 위한 방안보다는 인종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을 제시하며 난민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난민 심사 과정에서 SNS 계정제출을 의무화한다거나, 마약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을 엄정 심사하겠다며 난민 신청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했다.

‘서구사회의 대규모 난민 수용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거나 ‘세계적으로 반난민·반이민 정서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난민심사와 인정을 더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20대 국회 개원 후 난민과 관련된 법안이 총 12건이 발의되었는데, 법안의 취지가 2016년까지는 난민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가 2018년 6월 이후에는 ‘가짜난민 방지’ ‘불법체류 방지’ ‘지원 축소’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자유한국당 조경태의원은 <난민대책 국민행동>의 캠페인에 동참하며 아예 난민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국민 먼저’는 혐오와 배제의 다른 얼굴

난민을 적대시하는 세력들은 '인종차별도 난민혐오도 아니고 정부가 자국민보다 난민을 우선시하고 난민으로 인한 위험을 방치하고 있어서 이에 항의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런 뜻에서 ‘국민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난민법 폐지 토론회를 개최한 조경태 의원도 “지금 여기 오신 분들은 정말로 순수한 국민들이다”라고 추켜세웠다.

이 구호는 얼마 전 독일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네오나치 세력이 개최한 대규모 난민혐오 집회에 등장한 ‘우리가 국민이다’라는 구호와 같다. 또 프랑스의 국민전선, 이탈리아 북부동맹, 네덜란드 자유당,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최근 지지율을 확대하고 있는 유럽 각국의 인종주의를 바탕으로 한 극우정당들이 펼치는 논리와 유사하다.

이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양극화 확대, 복지축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외부집단’의 탓으로 돌리며 기존 정치세력(엘리트)들이 이 외부집단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혜택을 제공한다고 비난하고 공격함으로서 입지를 넓혀왔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중동지배가 초래한 시리아 내전 장기화로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가 거대한 난민 행렬을 낳자 난민이 그 ‘외부집단’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필요에 따라 누구든 들어갈 수 있다. 성소수자가 될 수도 있고 이주노동자가 될 수도 있고 ‘귀족노조가’ 될 수도 있다. 16일 반난민 맞불집회를 주최하는 이들은 ‘국민’과 ‘난민’을 대립시켰지만, ‘국민’인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난민 환영 집회를 열자 이들은 다시 ‘전문 시위꾼’이 ‘순수한 국민’과 대립한다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결국 ‘국민 먼저’는 혐오와 배제의 다른 얼굴이다.

"한국 정부는 모든 난민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멈추고 인간답게 대우해야 합니다. 건설노조 중서부건설지부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가 연대기금을 담은 봉투에 적은 문구,

인종주의에 맞선 싸움은 노동조합의 과제

유럽의 노조들은 유럽연합의 긴축정책과 이에 따른 노동개악에 맞서면서 경제위기의 후과로 인한 대중들의 불만이 반이민 반난민 정서와 결합하지 않도록 반인종주의 캠페인을 적극 조직하고 있다.

스페인노총(CCOO)은 지난해 대의원대회 결의문에서 ‘국제주의자로서의 결의를 분명히 하며’ 난민 인권을 강조했다. 또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정부에 적극적인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시위에 함께 했다.

이탈리아노총(CGIL)역시 6월 27일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연합에 속한 학국 정부들이 연대와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난민정책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독일노총(DGB)도 9월 4일 켐니츠 반난민 시위를 규탄하며 ‘노조는 인종주의 선동을 규탄하고 연대를 옹호한다’는 결의문을 중앙집행위원회서 통과시켰다.

이제 민주노총이 나설 차례다. 난민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되는 상황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환대와 연대의 목소리를 더욱 키우기 위해 우리의 ‘오지랖’을 넓혀보자. 9월 16일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에 적극 동참하자.

노동과세계 류미경(민주노총 국제국장)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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