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현대기아차 불법은 14년 외면, 노동자 농성은 3일만에 4차 퇴거요청

"우리는 요구합니다. 문재인정부, 불법파견 저지른 현대·기아 재벌을 처벌하십시오. 노동부는 약속대로 현대·기아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십시오. 이것이, 10년 넘게 불법을 방치한 정부와 노동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22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현대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결의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직접 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촉구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 22일 토요일, 현대·기아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12시, 이들은 서울고용노동청 4층 농성장에서 단식돌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김수억 지회장은 “우리는 2014년 대법판결, 2013년과 2017년 고등법원 1,2심 모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10년 넘게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과 책임자들은 단 한명도, 조사 한번도 받지 않았다. 물론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동안 류기혁, 윤주형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세상을 떠났다. 조합원들은 구속, 해고되고 손배가압류로 가정이 파탄났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대통령은 선거 당시, 10대 재벌그룹에 불법파견만 바로잡아도 40만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재벌 불법파견 해결을 약속했다. 지난 8월 1일, 고용노동부가 ‘행정개혁위’를 발족시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도 포함되어 있었고, 왜 14년동안 현대기아 불법파견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밝혀졌다. 노동부와 검찰이, 의도적으로 현대기아 불법파견 사건을 지연시키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라며 서울노동청에서 농성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불법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비정규직에게는 희망이 없다. 이번 싸움으로 우리가 불법을 처벌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김수억지회장

기아차 화성공장 플라스틱부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는 "노동부가 정규직 공정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는 법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그 덕에, 기아 원청이 우리를 '특별'채용 하겠다고 한다"며, 비정규직지회가 직접 참여하는 교섭을 촉구했다.

지난 20일, 기아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특별채용 하겠다고 밝혔으나, 지회는 이 안이 체불임금·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점, 불법파견 소송취하를 전제로 한 점, 비정규직 당사자가 제외된 합의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 조덕구 대의원은 "조합원들이 하얀 옷 입고 있는 걸 보니, 상복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불법파견의 끝을 보여주는 의미로 상복을 입었다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이병훈 지회장은 "문재인정권이 적폐청산 강조하고 있지만, 유독 현대·기아차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권도 현대 정몽구에게 꼬리 잡혀있다는 말이다. 우리 투쟁으로 고용노동부 뜯어고쳐 정몽구 처벌하자. 이번 추석은 농성장에서 보내지만, 다음 명절에는 우리도 평범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윤상섭대의원은 "사실 그동안 아들에게 아빠가 비정규직이라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하고 나서는 당당히 말한다. 아빠는 지금 비정규직이지만, 이 부조리를 바꾸려는 사람이라고. 우리도 집에 가고 싶다. 꼭 이겨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불법파견 책임자 처벌,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농성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대화할 수 없다며 이날 오전까지 4차례에 걸쳐 퇴거 요청서를 보냈다.

단식농성에 참여한 조합원이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 피켓을 들고 있다.
발언을 듣다 눈물을 보이는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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