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단식하는 이유

김명순씨는 2007년부터 11년째 기아차 화성공장 플라스틱부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로봇이 장착한 범퍼의 마무리 작업을 한다. 일이 험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꺼리던 공정이라, 전체가 하청업체에 맡겨져 있었다. 2005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기고 15년간 '피터지게' 싸웠다고 한다. 구사대에 맞고, 점거도 하고, 안 해본 게 없다고 한다. 그래도 싸운만큼 작업환경도 조금씩 나아졌다.

2004년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1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 파견이라 판단했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라 판정했다. 2013년과 2017년 고등법원 1,2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대·기아 재벌은 법을 지키지 않았다. 노동부는 10년 넘게 불법을 방치했다. 제대로 된 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특별채용'에 내몰려 공정에서 쫓겨날 위기다.

명순씨는 플라스틱부에서 10년 넘게 일한만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최근 다른 공정에 가서 일하라는 강제전적 지시를 받았다. 법이 해당 공정을 정규직 자리라고 하니, 비정규직을 내쫓고 정규직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최근 '특별채용'으로 26명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 조립 라인으로 인사발령 냈다. 특별채용은 근속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정규직 전환 관련 소송도 포기하는 조건이다. 그나마도 조립라인으로 배치돼 자신이 하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한다. 여성 탈의실이나 화장실도 없는 곳이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숙련되는 데 시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여성들의 신체조건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공장 내 일부 정규직 남성 노동자는 "우리는 왜 매번 조립라인 들어가서 힘든 일을 해야하냐", "우리도 좋은 공정에 가서 일하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명순씨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10년 넘게 쌓은 자신의 노동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 직접 회사와 싸우면서 작업환경을 바꿔왔는데 그 모든 걸 쉬운 일 취급해서 속상하기도 하다. 회사는 '왜 성별을 따지냐, 배치되는 공정으로 가라'고 당연한듯 말한다. 하지만 명순씨는 자기 자리를 떠날 수 없다. 그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업무에 회사가 비정규직을 써왔던 셈이고, 무엇보다 자기 노동을 지키고 싶어서다.

기아차 공장에는 '품질향상'이라는 표어가 크게 붙어있다. 그녀는 그 단어를 보면서 이번 일이 더욱 부당하다 느낀다. '프로' 숙련자인 자신을 다른 데 배치하고, 초보들만 데려오면 불량이 많아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를 두고 “여자가 하니까 쉬워보이지, 와서 직접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라며, “야구선수가 하루아침에 축구선수 명찰 달고 뛰겠다는 것”이라 꼬집었다.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김명순 대의원

추석연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는 그녀의 의지는 분명했다. 이번에야말로 회사가 저지른 불법을 바로잡고, 본인이 일하던 그 자리에서 법대로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내가 혜택 받는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할 나쁜 제도다.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고용노동부가 14년을 허송세월 했다. 우리는 점거가 아니라 단체 민원 들어온거다. 노동부가 할 일 했으면 없었을 일이다. 일 잘하는 기관 되라고 침 놔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추석연휴를 농성장에서 보내는 그녀, 그래도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웃었다. 누구보다 다부지게 일할 것 같은 명순씨, 그녀의 상식이 공장의 상식, 세상의 상식이 될 날은 언제 올까.

한편, 기아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세차례의 '특별채용'을 실시했으나 1,2차에는 여성을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아 최근 논란이 된바 있다. 3차에서는 여성노동자 26명을 보여주기식 채용했지만, 일방적 공정배치와 화장실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렵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단식을 2일째 이어가며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김명순 조합원
단식농성 2일차,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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