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중인 현대·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 24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합동차례

차례[-禮], 보름에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

9월 24일 오후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4층에서 현대·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동차례가 열렸다. 차례상에는 현대·기아 비정규직 열사 류기혁, 박정식, 윤주형의 사진이 걸렸다. 죽은 자는 이승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산 자들은 3일째 곡기를 끊고 있었다. 일년 중 먹거리가 가장 풍성하다는 한가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무도 먹지 못하는 차례상을 올렸다.

현대·기아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서울 중구 노동청에서 농성 5일째, 단식 3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노동청에 불법파견 책임자 처벌과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차례상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준비했다.

현대·기아 비정규직 열사 류기혁, 박정식, 윤주형의 사진이 걸린 차례상

류기혁열사는 75년생으로 2003년 6월 현대차 울산2공장에 입사했다. 2004년 노동조합에 가입, 04-05년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정규직 쟁취 투쟁을 전개했다. 05년 6월,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고, 그해 9월 노동조합 옥상에서 목을 맸다.

박정식열사는 79년생으로 2004년 현대차 아산공장 엔진부에 입사했다. 2010년 8월 노동조합에 가입, 노조 선전부장, 사무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투쟁을 전개하다가 2013년 7월, 자택에서 목 맨 채 발견됐다. 그를 기억하는 한 조합원은 "언제나 웃고 있던 모습이 그립다. 얼마 전 몇 년만에 열사 묘역 앞에 섰는데, 나에게 다시 투쟁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줬다"며 울먹였다.

윤주형열사는 77년생으로 2007년 기아차 화성 도장공장에 입사, 지부 대의원, 민주노총 대의원 등을 역임했다. 그가 속한 하청업체는 기아차 내에서 노조탄압이 가장 심한 곳이었다. 그는 2009년 단협파괴에 맞서 그해 12월 단식투쟁을 진행했다. 2010년 4월, 회사로부터 문자 한통으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2011년부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꾸려 복직투쟁을 전개했으나, 2013년 1월 자택에서 목을 맸다.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김수억지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정부와 노동부가 불법을 처벌하지 않는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세명이 목숨을 끊었다. 196명이 해고됐다. 36명이 감옥에 가야했고 구속기간을 합치면 18년이다. 손배가압류는 4천억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 판정한 14년 전에 바로잡았다면, 2010년, 2014년, 2017년 법원이 불법파견 판결했을 때 정부가 정몽구 회장을 처벌했다면, 30대 청년들은 영정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그는 "노동부가 이제라도 사죄하고 현대·기아차 불법을 처벌, 정규직 시정명령 분명히 할 때까지 단식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조합원 한명한명이 열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낭독하고 상에 올리는 것으로 이날 차례는 마무리됐다. 편지에는 "윤주형 동지를 생각하면 작은 체구에 항상 웃고 힘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동지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싸운다", "동지가 요구하던 불법파견 해결, 해고자복직 우리가 마무리하겠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게 그곳에서 꼭 힘을 줬으면 좋겠다", "류기혁 열사가 떠난 2005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난 9월 4일, 현대차 열사광장에서 류기혁열사 추모제를 지내려 했으나 사측의 탄압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부끄럽다. 노동부에서 농성하며, 열사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세상을 등졌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열사들에게 쓴 편지를 읽는 조합원
조합원들이 차례상에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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