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부와 노동부에 최후통첩 기자회견 열어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는 흰 상복을 입었다. "여기 고용노동부 팻말에 모성보호와 고용안정이 쓰여있습니다. 그 두가지 지키고 싶어서 여기 왔습니다. 제가 가장이기 때문에, 아이들 먹여살리기 위해, 일자리 지키기 위해 여기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여기가 끝입니다", 그녀는 절규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10년째 해고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지현민씨는 "14년간 함께 투쟁했던 동지가 있다. 그런데 지금 이 곳에 없다. 온 몸에 암세포가 퍼져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병원 다니면서도 일하고 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 동지가 부탁했다. 자기 죽기 전에 정규직 출입증 꼭 받아달라고. 우리 공장에서 일하던 박정식열사, 그의 묘역에는 비정규직 출입증이 있다. 그 출입증 꼭 정규직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눈물을 삼켰다.

노동부에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하는 조합원들

서울고용청 농성 7일차, 집단 단식농성 5일차인 9월 26일 오전11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 불법을 처벌할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재벌 편에 설 것인가?"를 물으며, '곡기를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지막 입장'을 발표했다.

농성자들은 "이곳에는 결혼 후 첫 명절을 함께하지 못한 남편, 마지막일지도 모를 명절에 병환 중인 부모님을 못 본 조합원이 있다. 부모님처럼 키워준 누나가 시한부 판정 받았다는 소식에 급히 병원에 달려간 조합원, 병으로 사투를 벌이며 정규직출입증을 소망했던 조합원도 있다. 25명의 비정규직 대표자들은 명절에 곡기까지 끊었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어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전국에서 함께해준 노동자, 시민들의 지지 덕분"이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정부에 ▲14년간 방치한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 ▲직접고용 명령, ▲비정규직 당사자와 원청의 직접교섭 성사를 요구했다.

한편 노동부는 점거농성 퇴거명령서만 5차례 보냈으며,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정부와 노동부의 책임있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단식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집단단식농성 5일차,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정부와 노동부에 마지막 요구를 전달하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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