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27 마트노조 ‘500간부대회’···문송면 · 원진30주기 노래극 공연 '감동의 물결'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우리 마트노동자에게 올해 4월의 벚꽃은 슬픔이었고, 5월은 가정의 달이었기에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3월 말 청년노동자가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중 사망하였고, 며칠 뒤 계산대에서 일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을 하였습니다. 안전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고, 안전일지는 조작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주위에 있었지만, 매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본은 동료가 쓰러져 사망한 계산대에서 바로 다음날 계산을 하도록 하고, 계산대에 꽃 한 송이 올려 추모 하는 것조차 불허하였습니다.

이에 4월과 5월 우리는 전국의 마트에서 가슴에는 근조리본을 달고,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고,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는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두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신세계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고인의 49재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마트 현장에서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세동기가 더 많이 비치되고, 안전교육이 강화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노동자들이 나의 생명과 안전은 우리 스스로가 요구하지 않으면 보장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트노조가 출범하고 처음 맞이하는 ‘500간부대회’(8/26~27)에서 올 상반기 가슴 아프지만 치열하게 싸웠던, 이 투쟁을 잘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노동자 건강권 전국 순회 노래극’ 공연을 추천받았고, 딱딱한 평가가 아닌 노래극을 통해 “우리의 투쟁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느끼고 동지를 잃은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겠다” 생각하고 추진하였습니다.

노래극 공연에 나오는 송면이가 너무 어려 보여서 가슴 아팠고, 아들 같기도 하고 무빙워크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 같기도 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이 멀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공장 노동자의 모습이 마트의 여성노동자의 모습 같아 또 슬펐습니다. 하지만 공장의 노동자들이 일어서며 현장을 바꾸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우리 투쟁이 떠올라 함께 투쟁하는 마음으로 극을 감상하였습니다.

아직도 이 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음을 알았고, 우리도 지치지 않고 그 투쟁에 함께 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추석을 앞둔 마트는 정신없고 바쁘고, 비상구와 소화전은 다시 온갖 물건들로 가려져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 우리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위험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노래극을 통해 울고 웃으며 공감하는 시간은 투쟁을 돌아봄과 동시에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보고, 우리가 느낀 감동과 결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트노조가 출범하고 처음 맞이하는 ‘500간부대회’(8/26~27/충북 괴산 보람원)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노래극을 집중해 보는 가운데 일부 조합원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마트노조)
감동의 노동안전뮤지컬 '빨간우산'이 10월 11일 18시에 민주노총 안산지부 1층 대강당에서 금속노조 경기지부와 민주노총 안산지부, 안산노동센터 주최로 또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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