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총파업 조직화 위해 울산 찾은 김명환 위원장

농부들은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를 넘기지 않고 추수한다. 민주노총은 촛불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사회대개혁을 밀고 간다는 목표로 11월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한로를 맞은 8일, 김명환 위원장과 유재길 부위원장이 울산을 찾았다.

머리띠 풀지 못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총파업 순회단은 첫 일정으로 현대중공업 출근 투쟁에 함께했다. 울산 현대중공업에는 1만 2천여 명의 정규직, 2만 5천여 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노동자들 사이로 노조탄압 중단, 고용보장 등 피켓이 펼쳐졌다. 신호를 기다리며 늘어선 시선들이 피켓을 향했다. 간간이 유인물을 받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2015년,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3년새 3만5천여 명이 쫓겨났다.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고, 3월에 시작된 임금단체협상은 막혀있다.

이번 임단협의 핵심 요구는 고용안정이다. 사측은 ‘고용안정’이라는 요구에 ‘노력’이라는 단어를 갖다붙이려 한다. 노조 교섭위원들의 태도를 핑계로 교섭에도 불참하고 있다. 6월부터는 노조 전임자 임금을 삭감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간담회

간담회에는 50여 명의 지부 간부가 참석했다. 지부는 하청 노동자들이 악질 노무관리, 블랙리스트 등으로 노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하도급, 불공정거래 등 이의제기를 했고, 10월부터 직권조사가 시작됐다. 지부는 해당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주노총의 관심을 요청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쟁의기간 동안 간부들이 붉은 머리띠를 메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만난 간부들의 머리에는 3월부터 두른 붉은띠가 그대로 묶여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조합원

현대자동차지부, “파업 하려면 명확한 전선 쳐달라"

두번째로 찾은 곳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였다. 지부 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날 간담회에는 상임집행위원회 간부 20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차지부는 지난 5월 28일, 최저임금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간담회
현대차지부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명환 위원장

이날 간담회에서는 민주노총이 정부와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 쟁취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점 등이 제기됐다. “지부 교섭 하면서도 파업 조직하기 만만치 않았다”, “현대차만 총대 멘다는 인식이 강하다” 등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일주일 앞둔 정책대의원대회에 대한 우려도 다수 있었다. “경제사회노동위 참여 건이 쟁점 될 거다. 교섭전술로 투쟁이 필요한 건지,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인지 확인돼야 현장도 조직된다”, “정책대대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 “대화냐 투쟁이냐, 전선이 명확해야 한다” 등 의견이었다.

순회단은 간담회 후 4공장 앞에서 중식 선전전을 진행했다. 식사를 마치고 현수막을 지나는 노동자들 사이로 “또 파업하노”, “적폐청산이라니 민주노총이 적폐다”, “열심히 해라” 등의 말들이 오갔다.

고강알루미늄지회, "단체협약 해지해도 된다는 노동법, 꼭 바꿔야”

고강알루미늄 공장 내부
금속노조 고강알루미늄지회 간담회

이어 순회단은 금속노조 고강알루미늄지회를 찾았다. 고강알루미늄은 (구)동양강철로 현재는 아루코 그룹 자회사다. 95명의 조합원, 평균연령 54세, 근속연수 27년. 말 그대로 30년 청춘을 철강공장에서 보냈다.

2017년 말, 회사는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 학자금, 복지금 등 고정비 28억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어 32개 단체협약 조항을 일방 개악하더니, 6월 말에는 단협을 해지했다. 지회는 단협 사수, 교섭 정상화를 요구하며 7월부터 전 조합원 농성,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 알루코 본사와 서울 서초동 회장 집 앞에서도 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동자들은 적막한 공장을 지키고 있다. 공장 벽면에는 “나는 고강 노동자”라는 선언문이 걸려있다. “용탕에 쇳물이 튀어 살가죽이 타고, 귓속 달팽이관은 단 1분도 조용한 날 없이 청춘을 다 바친 공장. 30년 세월이 묻힌 이 공장에서 마지막 투쟁을 선포한다”고 적혀있다.

간담회에서는 노동법 개정 투쟁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단협해지 법조항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해마다 임단협 하면 뭐하나. 사용자에게 단협 해지라는 무기가 있으면 노동자 손발 다 묶이는 악법”이라고 했다. 노동법 32조 3항은 사용자가 6개월 전에 통보하면 단협 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위대표자 간담회, "울산이 앞장서서 총파업 성사시키자"

순회단은 이날 울산대병원 아침 선전전, 울산지역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등에도 함께했다. 마지막 일정은 단위대표자 간담회로 진행됐다. 윤한섭 울산본부장은 "울산은 강하다. 우리가 먼저 결심하고 밀고 나가자"고 당부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만 15개 단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새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본부는 이번 11월 총파업으로 일터의 촛불을 확대해 일터와 지역, 나아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다.

울산지역 단위 대표자 간담회
총파업 순회단이 울산대병원 선전전에 함께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조합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시청에서 열린 울산지역 총파업 계획 발표 기자회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