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 퇴출과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저지는 자본만의 평화를 분쇄하고, 노동자계급의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이다.

ⓒ 민주노총 대구본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와 산하노조 간부동지들은 지난 10월 1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노동청 정문 앞에서는 점거농성을 사수하기 위해 지역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함께 진행 중이다. 노동청을 중심으로 대구지역 노동자들의 투쟁이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가 노동청장실을 점거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2013년 당시 서울고용노동청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권혁태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을 합법파견으로 둔갑시키고, 노조와해를 위해 자신의 권한 밖의 일에 직권을 남용했다. 이로 인해 최종범·염호석 두 열사가 천금보다 귀한 삶을 스스로 마감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5년이 넘는 시간을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 적어도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그리고 노동존중을 약속했던 정권이라면 이런 범죄혐의자를 마땅히 직위해제하고 일체의 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했다. 서울고용노동청장에서 대구고용노동청장으로 좌천 인사를 했으면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았다는 고용노동부의 답변은 대구지역 노동자를 기만하는 조롱으로 들릴 뿐이다.(권혁태는 문재인정권에서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으로 근무하다, 지난 7월 3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으로 부임했다. 고용노동부의 변명처럼 좌천 인사가 아니라, 오히려 승진발령인 셈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권혁태의 태도다. 부임 후 70여 일 만에 처음 얼굴을 마주친 자리에서 권혁태는 ‘당신들이 검찰이나 판사냐? 당신들이 무슨 피해를 입었느냐? 언론보도를 다 믿느냐?’는 막말을 퍼부었다. 자신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언론이나 검찰 그리고 노동행정개혁위원회 등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컴퓨터 본체와 서류를 챙겨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후 행방이 묘연하다. 결국 권혁태는 구차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인면수심의 길을 선택하며, 노동자들의 마지막 배려마저 거부했다.

두 번째는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대구시가 추진 중인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막기 위해서다. 2014년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구시, 한국노총대구본부, 대구경영자협회는 노사정평화대타협을 선언했다.(이 자리에 대구고용노동청도 함께 했다.) 당시 대구시가 밝힌 대타협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노동계는 임금인상 자제를, 경영계는 그 보답으로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구시의 자료에 의하면 박근혜가 대구에 내려왔을 때, 한국노총대구본부장은 투쟁을 상징하는 조끼 대신 평화와 상생을 상징하는 그린티를 입고 업무보고에 참석하여 노사평화의 전당건립을 제안했다. 당시 노동자의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던 박근혜의 눈에 얼마나 기특하게 보였을까? 그렇게 시작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계획’은 문재인 정권 들어 본격화되었다. 대구시가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에 제출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세부계획’을 보면 박근혜정권의 유산을 문재인정권이 그대로 물려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부계획 자료에는 조끼·머리띠 추방, 강성노조·고임금 걱정 없는 노동·경제 생태계 조성 등의 표현이 날 것 그대로 적시되어 있다. 즉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통해 자본만이 평화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에도 문재인정부는 국비 100억(총 사업비 200억)까지 손에 쥐어주며 승인했다.

대구지역 노동자들에게 대구는 ‘헬대구’다. 전국에서 최장시간 일하고도 최저의 임금을 받는 데다 임금체불도 전국 최대다. 여기에 청년실업률은 전국 최고이고, 노조 조직률마저 전국 평균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니 열악한 노동조건을 피해 타지로 떠나는 청년들이 한 해 1만 명 수준에 이른다.

‘노사평화의 전당’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대구지역의 노동조건을 은폐하는 기만적 전시행정이자, 박정희 개발독재의 망령을 부활시키려는 권위의 상징이 될 뿐이다. 이런 흉물 속에 전태일 열사기념관을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포부와 ‘대구 노사평화의 전당’을 상품화해서 전국에 확산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권영진대구시장의 정치적 야욕이 지향하는 바를 짐작케 한다. 지난 10월 8일 대구지역본부가 세종시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노사평화의 전당’ 담당 실무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담당과장은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혈세까지 퍼부어가며 승인한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018년 새해 벽두부터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저지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8월부터는 권혁태 퇴출을 위해 싸워 왔다. 그러나 노동부와 대구시 어느 누구도 책임 있는 답변은커녕 ‘my way’만 외칠 뿐이다.

문재인정권에서 시시각각 확인하는 것은 노동자와 자본을 대하는 본질은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자본과 권력의 동맹은 강고함을 확인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투쟁은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이를 관철하려는 자본-국가권력의 폭압적 동맹에 맞선 투쟁이기에 타협의 지점은 없다. 그래서 이 투쟁의 승리를 장담하지도 그 결과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이고,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삶을 자본과 권력에 구걸하지 않겠다는 지역노동자들의 자존심이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이 투쟁이 노동자를 옭아매는 노예의 사슬을 끊어내고 착취와 억압에 맞서는 길임을 알고 있기에, 11월 총파업의 주요 과제로 결의하였다. 많은 관심과 지지, 그리고 연대를 당부 드린다.

ⓒ 민주노총 대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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