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8일 ‘중간착취, 혈세낭비 자회사 전환 반대’ 현장 노동자 증언대회

"정규직 전환이라더니, 또 다른 용역회사로 가라고?"

문재인 정부의 1호 노동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그중에서도 주목받았던 내용은 간접고용(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를 처음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외주화 등 간접고용으로 인해 형성된 비정상적 고용구조, 그로 인한 차별을 해소할 정책으로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의 정책 취지, 그리고 ‘인력파견 방식의 자회사 전환은 지양하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구성하라'는 정부 가이드라인과는 달리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직접고용을 기피하며 자회사 전환 방식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올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행정부처 산하 기관 중 자회사를 설립한 기관은 총 35곳이며 정규직 전환대상인 파견용역노동자 69,876명의 절반 이상(32,514명)이 자회사로 전환되었거나 전환될 예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기에 맞서 “허울뿐인 정규직 전환” “또 다른 용역회사”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 민주당사에서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였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은 현재 청와대 앞과 경기지방노동청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20일 청와대 앞에서 1박 2일 단식농성 투쟁을 하고 귀가하던 김원창 공공연대노조 울산항만공사지회장이 유명을 달리하는 일마저 있었다.

민주노총은 2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전환의 문제점을 밝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자회사 전환에 맞서 투쟁 중인 한국잡월드, 한국도로공사, 한국마사회, 울산항만공사·여수항만공사,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이미 자회사로 전환된 코레일테크(서울교통공사), 우체국시설관리단(우정사업본부), 중진공파트너스(중소기업진흥공단) 노동자들이 참석해 자회사 전환의 문제점과 실태를 증언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간착취 혈세낭비 자회사 전환을 반대한다며 각 현장의 실태에 대한 증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자회사 전환, 고용관계와 사용관계의 분리, 임금 중간착취 문제 그대로 남아

자회사로 전환되고 자회사와 모회사(공공기관)간의 수의계약이 허용되면 입찰을 통해 주기적으로 용역업체가 바뀜에 따라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반복되었던 상황은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간접고용의 본질적 문제인 ‘고용관계와 사용관계의 분리’는 해소될 수 없다. 원청 공공기관이 임금과 인원 등 자회사의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지만 자회사 노동자들은 원청에게 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간접고용의 고질적 문제인 용역업체의 중간착취와 그로 인한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도 그대로 남는다. 직접고용이 되면 용역회사에 지급하던 비용을 노동자 처우개선에 쓸 수 있지만, 자회사의 경우 용역계약 비용이 동일하게 지출되기에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다.

노동부 가이드라인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횐될 경우 기존 용역회사에 지불되던 일반관리 등을 전환된 노동자들의 임금 및 처우개선에 사용하라고 제시하고 있으나 이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들도 허다하다. '독립성 없이 원청기관에 부속된 기능을 수행하며 저임금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회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회사인 중기공파트너스에서 일하는 서재천 조합원은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라며 “공단 이사 출신이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와서 연봉 1억과 성과급 60%를 받아간다. 5명의 관리자는 6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간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동결되고 식비가 삭감되었다. 중간착취 비용을 없애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어디로 갔나.”라고 말했다.

임병택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출자해 만들어진 자회사다. 노동조합 설립한 지 4년째인데 정말 어렵다. 인원과 임금의 결정은 우정사업본부가 하고,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에 바탕해서 나온 수익은 공무원들의 복지 증진에 사용되고, 우체국에서 금융, 기술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넘어와 이사장을 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아간다. 그러면서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은 ”없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라고 증언했다.

울산항만공사의 자회사 전환 강요와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에 투쟁하다가 숨진 故 박원창 공공연대노조 조합원의 장례식.

공공기관은 자회사 전환 강요하는데... 손 놓은 정부

직접고용을 피하고 자회사로 노동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직접고용으로 전환될 경우 되려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처럼 부정적인 정보들을 유포하거나, 자회사 선택과 계약 해지를 강요하는 공공기관들도 있다. 

강원랜드의 경우 직접고용으로 전환될 경우 정년연장이 어렵고 임금인상률도 통제되며, 업무 및 근무장소가 변경되고 업무강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정보를 흘리면서 자회사 전환을 종용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2심 법원이 도로공사 노동자로 판결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도 사측으로부터 자회사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사무국장은 “어제 19차까지 노·사·전(전문가) 협의회를 진행했다. 마사회는 ‘직접고용을 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 감사를 받지 않겠냐’라며 이미 자회사 전환 결론을 내어 놓고 협의회 차수만을 쌓아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주용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 부분회장은 “전환 협의회가 사측의 회유, 협박으로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부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도 위반한다. 사측은 협의회 사회를 보는 컨설팅 업체를 꾸짖어가며 자회사 전환으로 몰아가려 한다. 11월 2일까지 강사직군에 대해 (자회사 전환) 원서를 접수하라고 하고, 안 한 사람들은 정규직 전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겠다고 한다. 원서접수를 하지 않고 끝까지 직접고용 위해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자회사 전환 반대, 직접고용 전환을 외치며 경기지방고용노동청 농성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들.

민주노총, 27일 오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자회사 전환 중단, 노정교섭 촉구 결의대회

자회사 전환 방식의 문제점이 이미 드러나고 있고, 각 기관들은 이미 자회사 전환이라는 답을 내려놓고 노동자들에게 '답정너'를 강요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당한 일들을 고발하는데도 정부는 구경만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청와대와 노동부, 국회를 동분서주해도 정부는 공문 하나 보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자인 대통령이 문제 해결 △제대로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해 중앙핵심부처와 노동조합 간 교섭구조 구성 △인력파견업에 불과한 자회사 전환 중단과 직고용 정규직 전환 △상시지속업무의 예외 없는 정규직 전환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제외자에 대한 전환대책 마련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사용사유제한 법제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오후 결의대회를 열고 자회사 전환 중단, 제대로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이를 위한 노정교섭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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