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피에르 아바르 TUAC 사무총장, 민주노총 방문해 정책 담당자들과 간담회

디지털 특고, 플랫폼 노동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단체교섭, 나아가 산별교섭의 확대 강화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더욱 유효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을 찾은 피에르 아바르 OECD TUAC(노동자문기구) 사무총장은 민주노총 정책 담당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28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피에르 아바르 TUAC 사무총장이 민주노총과 가맹조직의 정책 담당자들과 디지털 경제와 노동의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피에르 아바르 TUAC 사무총장은 27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동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민주노총과 가맹산하조직 정책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세계화의 혜택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한국은 경제의 디지털화라는 변화를 맞이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며 경제의 디지털화와 노동의 미래에 대한 OECD의 전망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TUAC가 각국 노동조합에게 전하는 권고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다.

 

'경제의 디지털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OECD 내년 3월 경 보고서 발표할 계획, 노동조합의 정책적 대응 필요
피에르 아바르 사무총장에 따르면 OECD는 내년 3월 경에 ‘경제의 디지털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는 세 가지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일자리 감소)에 관한 수치 ▲노동자들이 신기술에 적응하게 돕기 위한 교육훈련에 관한 권고사항 ▲플랫폼 이코노미,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자영업과 유사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비전형 고용, 디지털 특고)가 노동시장 규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OECD는 한국에서 30%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한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고 노동자의 15~30% 정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한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OECD는 자동화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를 새 일자리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직업·기술 훈련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국의 경우 GDP의 2~6%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 보고 있다.

피에르 아바르 사무총장은 디지털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하고 비전형적인 고용형태에 관한 OECD의 전망도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화에 따른 유연성 확대를 OECD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그는 OECD가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지닌 기구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새롭게 출현하는 일자리의 질이 굉장히 낮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대한 OECD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OECD는 현재 ▲디지털 특수고용노동자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따라서 고용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하며 ▲현존하는 형태의 이해대변제도는 도전에 직면했으며 새로운 노동자 조직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의 디지털화에 노동조합은 이렇게 대응해야" 
노동조합에 대한 TUAC의 정책 권고사항 소개

 

피에르 아바르 TUAC 사무총장은 "노동조합의 입장이 OECD가 노동의 미래에 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 반영되도록 운동하고 있다."며 TUAC가 각국 노동조합에게 전하는 권고사항들을 소개했다. 그 내용을 아래에 간략히 정리했다.

 

 
■ 디지털화가 진행되어도 기존 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경제·산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도 전통적 경제영역에서 적용되었던 규제들은 존치되어야 한다. 노동 뿐 아니라 기업의 조세 의무, 노동자와 시민의 개인정보 보호, 경쟁에 대한 여러 규제들이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서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특히 중요하다. 디지털화로 인해 사용자들은 노동을 감시하고 통제할 강력한 수단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체교섭을 할 때에도 이 내용을 하나의 항목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으며, 기업 내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반 인사·노무관리 알고리즘과 노동자의 정보가 다루어지는 사항들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노조가) 요구해야 한다.

 

■ 비전형 노동(플랫폼 노동, 디지털 특고)을 위한 단체교섭과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단체교섭을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효과적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적,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에 해당하지만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특정 사업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는 사람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기에 경제적으로 의존성을 지니는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분류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단체교섭권에 있어서 노동조합으로 대표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ILO 기준에 맞는 권리,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임금교섭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영업자 또는 개인기업으로 분류되어 임금교섭을 할 경우 경제법(공정거래법 등)의 담함 규제조항에 저촉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다. 이들이 노동자로 분류되고, 자주적 대변이 가능하도록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산별교섭, 복수사용자와의 교섭은 더욱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여러 명인 상태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산업 내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산별교섭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교섭체계가 굉장히 탈중심화 되어 있는, 기업별 교섭 위주인 나라다.

기술훈련에 관한 조항도 노사 교섭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경제가 디지털화되면서 단체협약 조항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고 많은 조항들이 새로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조건, 임금 등을 넘어서서 기술훈련에 관한 내용, 노동시간에 대한 내용이 보다 필요하고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혁신과 디지털 확산에 대한 노동자 중심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 변화로 인한 긍정적 영향을 노동자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화로 인한 기술 진보가 노동시간과 임금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신기술에 적응하고 학습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을 투여할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즉 ‘유급 훈련’, ‘학습 휴가’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해 노사교섭을 통해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위험 요소로 이야기했던 데이터 통한 노동통제와 감시 강화에 대한 대응, 그러니까 사측으로부터 어떤 정보기술을 사용하는지 설명을 받을 권리가 필요하고,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 제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노동자들이 휴일에 실제로 휴식을 취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제도다.

 

■ 노동시장 성평등은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성별 임금격차, 일자리 질에 대한 격차는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경제의 디지털화로 이것이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어 매우 우려된다. 여성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는데 불리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돌봄서비스에 재정을 적극 투입해 여성들이 자유롭게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절대로 자발적으로 성평등한 임금을 보장하지 않기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 노동의 미래와 기업의 미래를 연결해야 한다.
경제의 디지털화는 경향적으로 기업의 집중을 강화한다. 이미 시장을 많이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도록 만들어준다. MS, 구글, 애플, 페이스북, 삼성 등 하나의 기업이 노동시장 내에서 모든 것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대항해서 더 많은 권리와 새로운 규칙과 규제를 요구해야 한다.

OECD 책임기업관행 등 글로벌 다단계 하청망으로 이윤을 얻는 초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사슬 내 책임성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화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외주화 기회를 제공하고, 초국적 기업들은 외주화를 통해서 하나의 실체인 기업을 계약상으로 여러 개로 분할한다. 이런 파편화를 통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한 노동의 미래와 기업의 책임성이 상호 결합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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