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2월 1일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이 곧 칠순을 맞는다. 평화협정을 이야기하는 2018년과 결코 어울리지 않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할 시대의 걸림돌이 되었다. 추세에 맞게 전국에서도 분위기가 일고 있다.

"국가보안법, 마!" 국가보안법 폐지 부산시민문화제에 온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에서는 민주노총과 진보진영들이 함께 하는 <국가보안법 제정 70년 폐지 70인 행동>이 제안되어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 다양한 실천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지난 5월 9일 '국가보안법 폐지 부산지역 1000인 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을 필두로 여러 활동들이 진행되었다.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의 발걸음을 부산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의미로 격주 금요일마다 국가보안법 철폐 선전전을 진행해 온 '국가보안법 철페 부산공동행동 준비위원회(아래 공동행동)'는 11월 28일(수) 오후 7시 30분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제를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화제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조애진 변호사, 국가보안법으로 8년의 옥고를 치렀던 이병진 교수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다가 얼마 전 무죄로 판결 받은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등 국가보안법의 직접 피해자들이 나와 발언을 했다.

또한 다채로운 노래와 춤 공연들이 어우러져 국가보안법을 이제 보내 주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가보안법, 마!'라고 적인 손피켓을 들고 발언자가 "국가보안법!"이라고 외치면 "마!"라며 되받아 쳤다.

▲ 이날 발언자로 나선 최지웅 평화통일센터 교육팀장, 조애진 변호사, 이병진 교수,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사회를 맡은 최지웅 평화통일센터 교육팀장은 "제정 당시부터 폐지되어야 할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법으로 악명이 높았던 국가보안법이 7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끈질긴 생명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옭아매고 있다"고 말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변화가 시작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민변 소속의 조애진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사례들을 소개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을 판단하는 사법부의 기준은 질서에 대한 위해의 유무가 아니라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의 여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은 이제 과거처럼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이상, 여전히 우리 삶 도처에 숨어 우리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바이러스와 같다. 몸이 건강할 때는 모르지만 면역력이 저하되는 순간 심각한 질병으로 나타나듯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면역력을 상실할 때 국가보안법은 다른 형태의 억압기제로 숨겨둔 발톱을 드러낼 것"이라며 "폐지가 아닌 개정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되며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8년의 옥고를 치른 후 출간한 옥중서간집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을 손에 들고 무대에 오른 이병진 교수는 활짝 웃는 낯으로 연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허리를 굽히는 인사만 서너 번을 했다.

이병진 교수는 "인도에 있는 델리대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당시 북에서 온 학생들도 있어서 함께 공부를 하다가 1993년과 1994년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초청으로 방북한 경험이 있다"라면서 "분단된 나라에서 자란 청년 정치학도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이명박 정권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고정간첩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감옥에 가면서 가족들, 아이와 아내와도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고마운 분들이 나타나 면회를 해 주었고 그분들 덕분에 8년의 감옥살이를 견딜 수 있었다"면서 "그때 썼던 편지들을 추려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이라는 책을 쓸 수 있었다"라고 말한 뒤 "정의와 진실의 길이 고달프더라도 끝까지 갈 것이며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함께 하자"고 외쳤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제정70년 국가보안법 폐지 부산시민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지난 70년간 이 사회는 초등학교때부터 동포를 죽이라 가르치는 비정상적인 사회였다"고 말하며 "분단체제를 법적으로 인정하며 친일파가 친미파가 되고 독점재벌이 되고 고위관료가 되는 적폐의 길을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 온 법이 국가보안법"이라고 말한 뒤 "온갖 악법들이 많고 많지만 가장 먼저 없애야 하는 법은 국가보안법이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기성 정치권에서는 국가보안법을 없앨 의향이 없는 듯 하니 우리가 나서야 하겠다"라며 "공동행동 동지들이 격주로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실천활동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면서 "이제 민주노총이 전면에 나서 부산에서부터 국가보안법 철폐의 기운을 지피자"고 외쳤다.

부경몸짓패의 몸짓공연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의 공연

 

'민들레'의 노래공연

 

민예총 춤위원회의 공연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