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라 차별하고 시간제라고 더 차별하는 돌봄교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보편적으로 시간제는 그 자체로 나쁜 일자리다. 얼핏 보면 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했던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 같지만, 현실에선 결국 여성을 보조적이고 부차적인 인력으로 전락시키는 제도다. 일하는 시간을 짧게 쪼개놓아 지위가 낮고 권한도 적으며, 처우는 당연한 듯 차별한다. 하다못해 직무교육 기회도 적고 승진이나 직업 전망도 거의 없다. 여기에 비정규직인 경우라면 형편은 더 못해, 고용불안까지 가중된다.
 
그럼에도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여성이 많은 사회라면, 그 사회는 여성차별 사회다. 즉 여성들에게 독박 가사노동을 시키고 돈도 벌어오라고 하기 때문에 도리 없이 시간제 일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시간제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주된 요구가 전일제 전환이고, 이는 곧 시간제 일자리는 자발적이지도 좋은 일자리도 아니라는 반증이다. 또한 시간제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여성 대부분이 중고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40대 중반이상이거나 비혼 여성이라는 점도 시간제 일자리가 유아를 돌보는 엄마들을 위해 만든 일자리가 아니라, 비용절감과 불안정 고용을 바라는 사용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일자리임을 나타낸다. 이를 증명하는 존재가 바로 대다수가 여성인 학교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시간제노동자들이다.

전국 돌봄전담사 8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응답자의 99%가 여성이었으며, 평균연령은 46세, 돌봄전담사 근무경력 평균은 5년 10개월임. (사진=교육공무직본부)

전국 교육청들이 통일적으로 하는 일?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차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주요 국정과제라며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를 포함한 ‘온종일돌봄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학부모들의 수요를 고려한 돌봄 시간과 대상의 확대가 골자지만, 동시에 안정적이고 질 좋은 학교돌봄을 위해선 학교돌봄의 주체인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고려가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돌봄전담사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돌봄전담사는 학교돌봄의 핵심 주체다. 그런데 정부는 도대체 일할 사람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어떻게 돌봄을 확대하고 좋은 보육을 하겠다는 것일까. 정부는 현장 주체들의 의견을 들어, 수요자는 물론 공급자를 위한 정책을 세워야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아는 돌봄전담사들을 정책에서 배제한다면, 온종일돌봄체계는 성공할 수도 없고, 좋은 정책도 아니다.

정책뿐만 아니라 당장의 현실도 매우 유감이다. 돌봄 확대와 반대로 학교 돌봄교실은 단시간제 돌봄전담사로 가득하다. 돌봄전담사는 전국의 공립 초등학교에 1만 명가량 종사한다. 그 중 8시간 전일제는 18%에 불과하다. 한국 전체의 시간제노동자 비중이 13.5%인 것에 비한다면 지금의 돌봄교실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돌봄교실을 변화된 초등교육의 필수적이고 전문적인 역할로 인식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도입하고 땜질하듯 운영해온 학교와 교육청의 무책임이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시도교육청들이 주40시간 이하 1일 4~6시간 단시간제 인력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심지어 근로기준법 적용도 수당 적용도 전혀 받지 못하는 주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도 있다.

돌봄교실 운영은 기준도 표준도 없다. 학교와 교육청들이 내심 하기 싫은 돌봄보육을 억지로 해왔기 때문인데, 운영방식도 전국이 제각각이고, 돌봄전담사의 처우도 교육청 맘대로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어디는 영양사나 사서와 같이 돌봄전담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기본급을 적용하는 반면, 다수 교육청들은 여전히 낮은 기본급에 묶어뒀다. 어처구니없게도 전국 교육청들이 통일적으로 하는 일이라곤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차별뿐이다. 거의 모든 교육청들이 초단시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수당을 주지 않는다. 기본급과 함께 노동력 제공의 대가로 받는 임금, 즉 근속수당, 상여금조차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게다가 시간제라는 이유로 맞춤형복지비, 명절휴가비, 밥값과 출퇴근 교통비조차 지급하지 않거나 시간비례로 줄여서 주는 것은 차별 이상, 비인간적 갑질이다. “정규직은 차타고 다니고, 초단시간 노동자는 걸어서 다니라”는 말과 다름없다.

돌봄전담사들의 최대 요구는 전일제 전환, 30일 이례적 단독 파업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휴게시간도 없는데, 공짜 초과노동까지 강요당한다. 시간제는 근무시간 전체에 걸쳐 아이들과 대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외면하고 쉴 수 있을까? 사실상 제대로 휴식이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는 명목상 휴게시간을 정하긴 했으니 모르겠다고 하고, 여기에 더해 행정업무 처리까지 요구한다. 이런 이유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게 초과노동이다. 그런데 이 또한 교육청과 학교는 제대로 보상하지도 않는다. 업무 준비 및 마무리 업무 시간도 보장해주지 않고, 업무시간 외 학부모 상담 및 학생 귀가시간 변경도 빈번하지만, 그 책임은 돌봄전담사의 무료노동으로 대처하는 현실이다.

전국의 초단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들썩이고 있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온종일돌봄체계’의 성공을 위해서도 돌봄전담사, 특히 시간제 돌봄전담사 문제 해결은 필수적이다. 이들 돌봄전담사들은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의 원인인 단시간제를 상시·전일제로 전환 △학교돌봄이 교육이라는 인식 하에, 전문성에 따라 임금유형 상향 적용과 동일한 자격수당 지급 △휴게와 행정업무 시간 보장 △모든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에 대한 공정임금제(정규직 80%) 약속 이행 △학교돌봄의 질과 안정성 해치는 돌봄교실 위탁과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돌봄전담사들이 가입된 노동조합인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모든 돌봄전담사의 땀과 책임감, 그에 합당한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30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돌봄전담사들(경북)은 이례적으로 단독 파업에 돌입한다. 전북에선 교육청 농성투쟁이 진행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모든 돌봄전담사의 땀과 책임감, 그에 합당한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30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돌봄전담사들(경북)은 이례적으로 단독 파업에 돌입한다. 전북에선 교육청 농성투쟁이 진행 중이다. (사진=교육공무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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