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인수 전국민주연합노조 부천지부 수석부지부장

지난겨울 수도검침을 하던 조합원이 현장에서 일하다 빙판길에 넘어져 꼬리뼈를 다치는 일이 있었다. 그날 퇴근 후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그 조합원은 “재수가 없었다”며 그 일을 자신의 부주의로 돌렸다. 동료들은 조심하라 위로를 하며 ‘다 같이 조심하자’라는 말로 빙판길 사건을 해프닝으로 마무리했다.

꼬리뼈를 다친 조합원은 다음날 통증이 심했지만 다시 한 번 운이 나빴던 어제를 떠올리며 통증을 견디며 더딘 걸음으로 밀린 검침을 재촉했다. 부천시청 수도과에서 수도검침을 하는 현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산업재해, 안전장구 지급을 얘기하지 않는다. 두꺼운 철판과 맨홀을 반복해 들어서 어깨와 허리가 아프지만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을 이야기하는 이도 없다. 이것이 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의 민낯이다. 노동조합 간부인 나부터 이런 분위기에 무감각해져 왔다는 것을 반성한다.

민주노총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교육은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없애고 조합원들을 산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치단체 노동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교육과정이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론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필요성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근골유해요인조사방법,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등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결의하게 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교육 자료집에 있는 참가자 약속처럼 “나는 현장의 노동안전보건운동을 이끌어가는 간부, 활동가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활동할 것이다. 또한 교육 1강 첫머리에서 적힌 “우리는 왜 안전보건활동을 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안전보건활동을 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무엇부터 안전보건활동을 시작 하려고 하는가?”라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품고 활동할 것이다.

지난 12월 1일 전국민주일반연맹 강당에서 개최된 2018년 민주노총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교육에서 전국민주일반연맹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34명이 노동안전보건 활동론, 산재예방, 산재보상 기본, 명감 활동모범 사례 등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민주일반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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