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서 의결... “국제 수준 노동권 보장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해고자에게도 노동조합 가입을 인정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7조와 98조를 비준할 것을 문재인 정부(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했다. 지난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 정부가 외면하는 이 두 개의 협약을 비준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12일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지난 10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ILO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및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 핵심협약의 내용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결사의 자유(제21조 1항) 및 노동3권인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제33조 제1항)의 보장과 내용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협약 가입으로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이행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총 8개 가운데 차별금지와 아동 금지에 관한 협약 4개는 비준했으나,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 4개는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권위는 지난 2006년 11월 강제노동 금지 내용을 담은 ILO 핵심협약 비준 29호와 105호에 대해 비준 권고를 한 데 이어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에 대한 비준 권고를 이번에 한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은 모든 ILO 회원국이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준수해야 하는 8개 협약으로, ILO는 1998년 총회에서 ‘노동의 권리 및 기본원칙에 관한 선언’을 채택,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비롯해 8개의 협약을 모든 회원국이 존중하고 촉진, 실현해야 할 핵심협약으로 선언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0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체결 시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87호 협약과 관련해 “해고자의 노조원 권리 박탈은 근로자 스스로 선택한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는 박탈하는 것으로 결사의 자유 원칙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4호 라목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ILO가 창립 100주년(2019)을 앞둔 시점에서도, 공무원이 노동조합에 대한 가입·설립을 제한받는 차별을 겪거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고자가 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노동조합 설립 신고가 반려되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단결권 노동권을 방해하는 등 노동기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이는 결국 ILO 등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정부가 ILO 결사의 자유 관련 제87호, 제98호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동 협약 관련 사회적 합의하고, 가입 환경을 조성해 나가면서 노동인권이 현안들을 해소하기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선 법 개정, 후 비준’ 입장으로, 결사의 자유 관련한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내용에 어긋나는 국내법을 고친 다음에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통로로, 지난달 22일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한 2019년 업무계획에서도 “공익위원 안을 바탕으로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 진행, 포괄적 합의 도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의 ILO핵심협약 비준 이전 정부의 선행조치 사항으로 요구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 취소와 공무원·교원 해직자 원상회복,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각종 시정명령 제도개선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과 사용자단체 등의 반발로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것을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비판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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