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태안 시민대책위, 화력발전소 참사 현장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 "원청 서부발전 사건 현장 은폐 시도 확인돼"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심경을 밝히고 잇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설비점검을 하다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사고 원인에 대한 원·하청의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으며, 원청 서부발전이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 훼손을 시도했다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밝혔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총 70개 단체로 꾸려진 대책위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균씨의 유가족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호소했다.

 

원청, 서부발전 과실 은폐 위해 현장 물청소 등 증거 훼손 시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안전사고 보고서에는 사고 발생 원인도 안 담겨

대책위는 1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원청 서부발전, 태안화력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유족과 함께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대책위는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결과 서부발전이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 훼손을 시도했고, 한국발전기술 또한 부실하게 사고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한국발전기술의 안전사고 보고서는 시간 순서에 따라 김 씨를 찾는 과정과 상황을 서술한 것일 뿐 사망 사고의 발생 원인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김 씨가 왜 구동 모터 안으로 들어갔는지, 왜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는지 이유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부발전은 한국발전기술에 낙탄 제거 업무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며 "서부발전에서 승인한 한국발전기술의 작업지침서 등을 보면 유지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김 씨가 한 낙탄 제거 업무가 포함돼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부발전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가 내려졌는데도 작업자들에게 일부 작업을 재개할 것을 지시했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라는 등 협박까지 일삼으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적 증거를 없애기 위해 느슨한 상태이던 풀코드(정지 스위치)를 재조정하는 등 사망 사고에서 서부발전의 과실이 되는 물적 증거를 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이 사고 시간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회사 측에서 사고를 신고한 시간이 새벽 3시 50분이라고 했는데 경찰에 확인해 보니 4시 25분이었다"며 "나중에 실수였다고 바로 잡았지만, 석연치 않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부발전에서는 하청업체에 관련 서류를 다 올리라고 했다"며 "혹시 서류를 은폐하거나 조작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우리가 전날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서류들이 어떻게 조작됐을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국장은 "사고가 난 기기 등을 포함해 28번씩이나 현장에서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에서는 개선에 3억 원이 든다며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며 "노동자의 목숨값이 3억 원보다 덜하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의 동료는 "서부발전은 낙탄 처리를 시킨 적이 없다고 하지만, 현장 파트장이나 그 윗분들을 통해서 사진까지 보내 지시했다"며 "서부발전은 사고 발생 지점에서 분탄이 많이 나와서 노동자들이 개선을 요청했더니 방진이 아닌 분탄을 빨아들일 흡입기만 시공해줬다"고 증언했다.

또한 "기계 운전을 중지할 수 있는 풀코드 스위치는 와이어(선)를 당겨서 작동시키는데, 평소에는 이 와이어가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며 "팽팽해야 즉각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데 현장에 있는 많은 와이어들이 다 늘어져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사측에서는 실수로라도 풀코드를 쓰면 기본 30분간 작업이 중지되기 때문에 회사의 허락을 받고 쓰라고 한다"며 "그래서 풀코드가 늘어져 있던 건데, 이 경우 와이어를 잡아당겨봤자 10초 후에나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김용균 씨 모친, "아이 죽었다는 소리 듣고 우리 부부도 같이 죽었다."

김용균 씨의 유가족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김용균 씨의 모친은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우리 부부도 같이 죽었다.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어제 아이가 일하던 곳에 갔는데, 너무 많은 작업량과 열악한 환경에 말문이 막혔다. 옛날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곳이 지금도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일하던 곳은 밀폐된 곳이었다. 먼지가 너무 날려서 후레시로 밝혀도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 안에 머리를 넣어 옆면을 보고 석탄을 꺼내는 작업이라고 하더라. 그 위험한 곳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니 기가 막혔다. 정부가 이런 곳을 운영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이의 동료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거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왼쪽)과 한상균 전 위원장이 14일 오후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김명환 위원장 및 민주노총 지도부, 고 김용균 씨 빈소로 향해
15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광장 비롯한 전국에서 추모집회 열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백석근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은 유가족들을 만났다. 유가족들은 함께해줘서 고맙다며 민주노총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고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민주노총 및 가맹조직 조합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으로 향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충북본부, 경기본부 등 전국 지역본부에는 김용균 님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공공운수노조 세종문화회관 지부는 김용균 님을 추모하는 대형 걸개를 세종문화회관 건물에 내걸었다.

대책위는 오는 15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태안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도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함께하는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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