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정부가 답하라”

김용균의 시신이 서울로 왔다. 그를 실은 운구차는 700리 길을 돌아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2층 5호실에 안치됐다. 죽은지 44일만이다.

태안분향소를 나서기 전 모습

유가족과 김용균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는 18일 9시30분 한국서부발전 규탄 기자회견, 12시 산업통상자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고 오후3시께 서울로 들어왔다. 김용균의 시신, 유가족,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50여 명이 함께였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 정부가 18일 입장을 냈지만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 국무총리 임명권, 시민대책위 위원 포함 등 일부 진전된 안이 포함됐으나 조사범위,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 대한 입장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8년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김용균씨를 포함 총 12명이다.

광화문 분향소 기자회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자식을 차가운 곳에 계속 둬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프고 괴롭다”고 말을 뗐다. 그는 12명이 죽는 동안 안전조치가 이뤄졌다면 아들이 죽지 않았을 거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김수억 씨도 발언에 나섰다.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현수막을 펼쳤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그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 어떻게 만들 건지 함께 얘기하고 해결하자고 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서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10초도 안돼 연행됐다”고 했다.

단식에 돌입한 대표자들도 발언을 이었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촛불항쟁의 장소에서 이런 기자회견을 해야하는 마음이 참담하다. 이 문제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며 대통령의 답변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아무 해결책도 내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구조적 살인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 김태연 대표는 “사람이 죽어도 꿈쩍하지 않는데 산 사람 몇 명 단식한다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식의 목표는 더 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전태일 김재근 대표는 “친구들이 죽는 게 가장 아프다. 어머니에게 우리가 용균이가 되어 드리겠다고 했다. 살이라도 깎아서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의 발언에 어머니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서울대병원 분향소는 오늘부터 조문이 가능하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부터 상경투쟁을 통해 대시민 선전전, 촛불문화제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27일 일요일은 김용균이 죽은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이 날 광화문 광장에서 6차 범국민추모제가 열린다.

“제발 설 전에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 유족이 차디찬 시신을 껴안고 서울로 온 이유다.

서울대병원에 안치된 김용균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앞 기자회견
세종시 산업자원통상부 규탄 기자회견
광화문 분향소 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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